우리나라가 아직 기아선상에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던 1960년대. 라면은 굶주림을 이겨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식품이었다. 싼 가격에 간편한 조리로 먹을 수 있었던 라면은 처음에는 주로 빈곤층의 배고픔을 달래는 역할을 했다. ‘라보때’ 즉 라면으로 보통 때운다는 말처럼 서민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긴요한 식품이었던 것이다.

  라면이 국민들에게 처음 선보인 시기는 1963년9월이었다. 삼양식품 창립자 전중윤 회장이 일본 묘조 식품에서 무상으로 기술을 얻어와 라면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가격은 10원. 워낙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음식이라 처음 반응은 냉랭했다. 회사 측은 무료 시식회 등을 통해 라면 맛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점차 입소문을 탄 라면은 이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정부의 혼분식 장려 정책도 라면 인기에 한 몫 단단히 했다.
  지금까지도 식을줄 모르는 라면 인기. 그 비결은 뭘까. 역시 부담 없는 가격이다. 지금 라면 가격은 소비자권장가를 기준으로 신라면 900원, 너구리 1천원, 진라면 770원, 삼양라면 860원 등이다. 
  두 번째로는 날로 진화하는 맛이다. 매운맛을 기본으로 다소 짠맛에 적당히 기름진 특성이 사람들의 미각을 즐겁게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맛이 됐다. 자주 먹다 보면 중독성까지 생긴다는 게 애호가들의 설명이다. 거기에 맛의 다양성도 놀라울 정도다. 현재 시중에 나오는 라면 종류만 100여 가지. 전통의 맵고 짠 맛 이외에도 곰탕, 짜장, 우유, 냉면, 된장 등등 낼 수 있는 맛은 다 내고 있는 게 우리나라 라면업계의  현주소다. 
  마지막으로 조리가 간편하다는 장점도 라면 인기의 요인의 하나다. 언제 어디서나 뜨거운 물만 있으면 끝이다. 
  드디어 한국 라면의 인기가 지구촌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올 상반기 라면 수출액이 최대치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무역협회에 의하면 올 1~6월까지 라면 수출액은 3억8천340만 달러였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9.9%나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고 신기록이다. 나라별로는 중국과 미국, 일본, 대만, 필리핀 등 순이었다.
  지구촌에서 한국 라면의 위풍이 이렇게 당당한 것은 K-컬처의 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나라 드라마와 영화, 대중가요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라면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업계 빅3도 이에 맞춰 해외 공장 증설 등 시장 확대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업계는 프리미엄 라면 시장도 넘보는 모양이다. 고급화를 통해 그간 약점으로 꼽히던 건강 나쁘다는 이미지를 바꾸자는 것이다. 이래저래 한국 라면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보아 무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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