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작가인 김병종(1953~)은 빼어난 예술적 기량과 함께 다양한 활동으로 국내외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그가 쓴 ‘김병종의 화첩기행’ 4권은 출판계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스테디셀러다. 또 ‘바보 예수’를 비롯해 ‘라틴 화첩기행’, ‘생명의 노래’시리즈 등의 그림은 문학이나 철학· 종교와 같은 심오한 사상이 배어 있을뿐더러 동양과 서양, 자연과 생명이 조화를 이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이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생명이다. 

  평론가들의 평문을 보면 그의 위상이 확연히 드러난다.
  고 이어령 교수는 “김병종은 날치가 물을 차고 오르듯 힘찬 붓질과 아름다운 색채로 생명의 시를 쓰는 화가”라고 높이 평가했고 독일의 미술평론가 에크하르트는 “그는 서방 현대미술이 잃어버린 따스함과 휴머니즘을 회복하고 있다. 또한 끝없이 가벼워지고 싶어하는 현대미술의 속성을 무거운 주제와 정신으로 통제해내고 있다”고 상찬했다.
  중국 미술평론가 자오리는 “김병종의 독창적 상상력과 낭만적 색채는 회화예술의 동양적 가치를 견지하면서, 서구를 수용한 결과물이다. 아울러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생명’이라는 주제를 펼쳐놓는다”고 말했다. 
  철학자 김용옥도 김병종의 작품에서 한국화의 새로운 한 줄기 빛을 발견했다며 “김병종의 그림 세계의 최종적 기술은 자유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김 작가는 또 예술을 통한 나눔을 실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년에는 ‘서설의 서울대 정문’이라는 작품을 NFT로 제작해 기증했는데 이는 최종적으로 1억327만원에 낙찰됐다. 김 작가는 이 액수를 모두 유니세프에 기부해 ‘아너스클럽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또 서울대 학장을 지내는 등 교육자로서의 소임도 충실히 해냈다. 
  남원시립 김병종미술관은 오는 9월2일부터 내년 10월29일까지 ‘김병종 40년, 붓은 잠들지 않는다’를 주제로 특별전이 열린다고 밝혔다. 1980년대 작품부터 모두 200여점이 선을 보이는데 그 유명한 ‘바보 예수’를 비롯해 화홍산수, 송화분분, 풍죽 등 역작들이 대거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남원시립 김병종미술관은 2018년 400점이 넘는 작품을 김 작가가 고향인 남원시에 무상으로 기증해 개관한 미술관이다.
  김병종 작가는 전북인으로서 자부심도 높은 인사라고 한다. 자랑스런 전북인상도 받았고 평소 고향에 대한 지극한 애정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유년시절 고향에서 체험한 자연의 풍요로운 아름다움과 색채가 작품의 동기가 됐음을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어린시절 자신을 ‘자연의 친구’라고 불렀다. 이번 특별전에서 그의 화폭에서 되살아나는 전북의 자연을 감상하는 것도 뜻깊은 일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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