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1일 전주 완산구 일원의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는 어린이 너머로 사행성 성인 PC방이 보이고 있다./장경식 기자·guri53942@

사행성 성인 PC방이 전주 도심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다. 최근 몇 달 사이 동네 한 골목을 점령하다시피 생긴 사행성 PC방들로 시민들이 도박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본보는 두 차례에 걸쳐 전주지역 내 사행성 성인 PC방 실태와 대안 등을 짚어본다.

전주지역 내 사행성 PC방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시민들이 불법 도박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1시 30분께 찾은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한 골목. 알록달록한 간판과 입간판을 내건 사행성 성인 PC방 간판들이 확 눈에 띄었다.

사행성 PC방은 현금으로 게임머니를 충전하고, 도박류 게임을 통해 게임머니를 얻어 다시 현금으로 환전해주는 구조다. 사실상 온라인 도박장이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온라인 도박장이 ‘한 상가 건너 하나’씩 해당 골목 약 220m 총 5곳.

이 같은 모습은 최근 한두 달 사이 나타난 것이라고 주민들은 설명했다.

주민 A씨는 “불과 한두 달 전에 임대가 걸려있거나 폐업한 상가였는데 갑자기 저런 PC방이 생겼다”고 말했다.

심지어 해당 골목은 반경 300m 안에 초등학교 2개가 자리 잡고 있어 하굣길에 오른 어린이들이 형형색색 간판을 힐긋거리며 지나갔다.

이날 만난 일부 학부모들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학부모 B씨(40대)는 “근처를 지나다닐 때마다 한두 개씩 늘어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며 “다른 곳도 아니고 어린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근처에 버젓이 이런 모습이 보이니 부모 입장에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짜증을 내며 나와 담배를 연달아 피는 모습도 종종 목격했고, 혹시 돈을 잃은 사람이 괜히 우리 아이를 붙잡고 화풀이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 한 골목도 상황은 비슷했다.

‘포커’ 등 각종 도박 이름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따위 문구가 들어간 입간판들도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이 일대에 위치한 사행성 성인 PC방은 총 6곳. 일부 업소는 문을 활짝 연 채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이처럼 사행성 성인 PC방이 잇따라 생기며 노출이 쉬워지는 탓에 접할 기회가 덩달아 많아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사행성 PC방을 찾아 게임을 했다는 이용객 C씨(50대)는 “집 근처에 하도 많이 생기니 뭐 하는 덴지 호기심에 우연히 들어갔다가 한동안 빠져 헤어나오질 못했다”며 “초반에는 게임에서 이기는 만큼 환전받아 용돈벌이도 되고 좋았지만,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200만 원 정도 충전하게 됐다. 나는 그나마 그만뒀지만, 아직 계속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조은우 수습기자·cow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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