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슬 컬처(hustle culture)라는 용어가 있다. 여기서 허슬이라는 단어는 원래 ‘흔들다’는 뜻의 네덜란드어 ‘hutselen’이라는 동사에서 유래했다. 이것이 영어로 들어와 ‘떠밀다’. ‘재촉하다’, ‘속이다’ 등의 뜻을 갖게 됐다. 최근에는 ‘어떤 일을 일어나게 하다’ 혹은 ‘가능성이나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한 길로 나아가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그래서 허슬 컬처는 “어떤 장애물이 있더라도 온몸을 바쳐서 열심히 일하라”는 의미가 됐다.

  이 허슬 컬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태도도 있지만 부정적 태도도 적지 않다. 우선 기업들은 이 용어를 반긴다. 목표를 향해 무한한 열정을 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나이키 광고 캠페인 ‘Rise and Grind’는 그 상징적 구호다. 일어나서 열심히 일하라는 말이다. 특히 여기서 단어 grind는 뼈를 빻아넣듯 열심히 하다는 뉘앙스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직원들을 독려하는 아주 적절한 단어다. 피곤해도 부지런히 일해서 성공하라는 격려다.
  반면 부정적인 입장도 있다. 뉴욕타임스의 저널리스트 에린 그리프는 허슬 컬처는 현대인에 대한 노동 착취라는 주장을 편다. 그는 “허슬을 추구하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실제로 자신들은 일하지 않는다. 그들은 매니저나 소유주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터에서는 미칠 필요가 없다’는 제목의 책을 쓰기도 했다. 또 다수 경영학자들이나 전문가들도 워커홀릭 그러니까 일에 미치는 것이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렇게 처지에 따라 입장이 갈리니 어느 것이 반드시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근 미국에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는 보도다. 조용한 사직은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일만 하겠다‘는 소극적 의미라고 한다. 자이들 플린이라는 미국의 20대 엔지니어는 틱톡에 올린 글에서 “일은 당신의 삶이 아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하는 일의 결과물로 정의되지 않는다”고 썼다. 이 게시물은 현재 35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SNS에서 계속 퍼지고 있다.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 높은 우리나라에서도 ’워라밸‘이나 ’소확행‘, ’욜로‘ 등이 서서히 자리잡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죽도록 일하고 거기서 행복을 찾는 시대는 이제 저물었다. 젊은 세대만이 아니라 기성 세대 역시 번아웃 등을 겪으며 일과 자기 생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 이제 기업들 차례다. 경영자들은 과거처럼 무조건 많은 시간 일을 시켜 수익을 높이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직장을 대하는 노동자들의 태도를 면밀히 관찰하고 새로운 경영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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