皇華臺

이춘구의 세상이야기

황화대 칼럼-107 신향약을 통한 주민자치의 정통성 정립 방안

대한민국 공동체의 지속가능성과 발전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마을 단위에서의 주민자치가 민주적으로 작동돼야 한다. 주민자치를 위해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이 2013년에 제정, 시행되고 있다. 약칭 지방분권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민주적 지방자치와 국가의 균형발전을 염원하는 국민의 바람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학계는 이 법 제27조에 따라 설치된 주민자치회를 대대적으로 수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필자는 신향약으로 주민자치의 정통성을 정립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방분권법은 “풀뿌리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하여 읍ㆍ면ㆍ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분권법은 또 제28조에서 주민자치회는 주민화합 및 발전, 지방자치단체가 위임 또는 위탁하는 사무의 처리, 그 밖에 관계 법령, 조례 또는 규칙으로 위임 또는 위탁한 사항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29조에서는 주민자치회의 위원은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위촉하도록 했다. 행정안전부장관은 주민자치회의 설치 및 운영에 참고하기 위하여 주민자치회를 시범적으로 설치ㆍ운영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방분권법 상 주민자치회는 민주적인 주민자치회가 아니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민자치회에는 “주민도 없고 자치도 없다”고들 말한다. 8월 25일 남원 스위트호텔에서 열린 ‘2022 한국지방자치학회 하계학술대회 한국주민자치중앙회(회장 전상직) 기획세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주민자치회가 무늬만 주민자치를 표방하지 그 실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권위적 행정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명목상 풀뿌리민주주의(grass-roots democracy)와 주민자치를 실현하겠다고 하지만 그 구성과 기능, 운영방식 등 대부분이 민주적 주민자치와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학자들은 주민자치회의 기본 모형을 읍ㆍ면ㆍ동 사무에 대한 협의 심의기구로서 역할을 하게 하며, 읍ㆍ면ㆍ동사무소를 존치하되 주민자치회와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게 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한다. 또한 통ㆍ리 단위로 주민자치회를 두는 게 현장의 생활감각 등과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필자가 보기에 읍ㆍ면ㆍ동 주민자치회는 자치라기보다는 행정의 전달체계에 그치는 것으로 여겨진다. 오히려 주민 몇 백 명 단위의 통ㆍ리 즉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주민자치회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게 헌법 취지에도 맞고 현장의 생활감각에도 부합할 것이다. 그래서 촌계와 두레의 전통을 잇는 향약을 새롭게 정비하고 주민자치회의 정통성을 정립해야 할 것 같다.

필자가 신향약으로 주민자치를 추진하자는 것은 향약의 목적과 기능 등이 우리 역사문화의 DNA를 그대로 전달하며 마을공동체의 번영과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향약연구의 태두인 박경하 향약연구원장은 향약이 노동공동체, 생활공동체, 사신공동체로서 기능을 다할 뿐 아니라 경제와 복지, 문화, 교육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며 주민자치의 성공을 담보하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향약은 덕업상권, 예속상교, 과실상규, 환난상휼의 4대 덕목 실천에 그치는 게 아니라 현대사회가 해결을 요구하는 제반 문제를 마을공동체 단위에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주민자치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박경하 원장과 송화섭 교수 등은 현지조사와 학술대회 등을 통해 남원 금지면 입암향약이 한국 주민자치의 모든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민자치의 원형’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 덧붙여 공동체연금, 일명 마을자치연금을 도입해 연금복지공동체로서 주민자치회가 발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마을자치연금의 성공 사례로 익산 성당포구 마을자치연금이 정착해가는 과정으로 입증시켰다. 또한 주민자치의 온전한 성공을 위해서「국립향약박물관」을 남원에 설립하자는 안이 강력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우리는 촌계와 두레, 향약의 훌륭한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이를 현대사회의 마을공동체 특성에 맞춰 주민자치를 실행할 수 있다. 우리는 신향약운동을 통해서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신화를 다시 써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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