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으른 경제’(Lazy Economy)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화두가 되고 있다. 게으른 경제는 2014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 용어는 바쁜 현대인들이 하고 싶지 않거나 귀찮은 일을 줄이고,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더 소비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됐다. 나 대신 누군가가 이런 일들을 대신하도록 돈을 지불하는 행위다. 그것과 관련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여기서 시장이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게으른 경제가 가장 활발하게 돌아가는 곳은 중국이다. 집안일을 대신해주는 가전제품이나 각종 대행 서비스의 매출이 쑥쑥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서는 게으른 경제에 란런 즉 게으른 사람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온라인 쇼핑몰 하나의 관련 매출이 조 단위를 넘어서는 실정이다. 
  가전제품으로는 로봇 청소기와 식기 세척기 등이 대표적인 란런 제품이다. 이를 구입해 집안일에 들이는 시간을 절약하고 거기서 남는 시간에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하거나 유튜브를 즐긴다. 대행 서비스의 대표 주자는 역시 배달 앱이다. 휴대폰 터치 몇 번으로 한 끼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중국의 란런은 3단계에 진입 중이다. 1단계가 단순한 게으름 그러니까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면 2단계는 란런 도구를 이용해 가사노동 등을 편리한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3단계다. ‘지혜로운 란런’인데 보다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스마트 라이프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다. 발전된 정보기술이 이런 방식을 가능하게 했다.
  미국도 게으른 경제가 한참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음식 배달 서비스 시장규모가 약 20조 원이며 향후 매년 7%대의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게으른 경제가 활성화 되고 있다. 특히 자기만의 생활을 중시하는 MZ세대는 게으른 경제의 주 고객층으로 등극했다. 이들은 줄서기 대행이나 배달 앱, 구독 서비스 등을 애용한다. 물론 로봇청소기나 식기 세척기 등은 기본이다. 귀차니즘 소비 트렌드가 본격화 된 것이다.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는 대행서비스 게시물만 8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게으름은 전통적인 시각으로 보면 악덕이다. 부지런히 일해야 잘 살 수 있다는 것이 전래의 직업윤리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큰 변화의 물결이 밀어닥치고 있다. 게으른 경제는 그 대표적 현상이다. 편리함과 시간 절약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쓰는 시대다. 이제 게으름은 미덕이 되어가고 있다. 다만 게으른 경제의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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