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는 4개의 판소리 창작 초연작을 선보이는 ‘소리프론티어 시즌2’가 한창 진행 중이다.

소리프론티어 프로그램의 하나로, 20일 오후 7시 펼쳐진 소리극단 도채비의 ‘도채비 SSUL 적벽대전’은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소리극이었다.

방대한 양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가운데 적벽대전을 소재로 한 적벽가는 판소리 열두 마당 중 하나다.

적벽가는 남창의 멋과 힘이 두드러지는 특성을 갖지만,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는데다 빠르게 진행돼 듣다 보면 줄거리를 따라가기에 급급해지기 십상이다.

‘도채비 SSUL 적벽대전’은 급박하고 처절한 전쟁 장면을 실제 몸짓으로 연기하고, 여기에 연주와 소리를 더해 소리극으로 완성시킨다.

무대에서 동적인 연기가 펼쳐지다보니 도원결의와 삼고초려, 장판파 전투, 적벽대전 등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됨에도 이해가 쉬웠다.

연극의 묘미를 살리는 요소 중 하나인 1인 다역을 차용해 맛을 더했다. 1인 다역을 맡은 배우들은 극 내에서 감초 역할을 잘해냈다.

억지스럽지 않은 웃음포인트도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적절한 현실 상황을 반영한 농담이나 트로트를 넣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다만, 장이 전환될 때마다 일렬로 서서 “도채비썰 적벽대전 도원결의” 등의 멘트를 외쳤는데 이것이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장면전환용으로는 적절했지만 그 빈도가 지나쳤다는 평가다.

이를 제외하면, 종합적으로 초연작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공연이었다. 별다른 도구와 장비없이도 실감나는 묘사를 실현했고, 연극의 요소를 잘 차용한 구성 역시 빛을 발했다. 젊은 도채비들이 만들어갈 앞으로의 소리극이 기대된다./임다연 기자·idy1019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