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중심 예술제를 선언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지난 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 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축제기간을 닷새에서 열흘로 늘리고, 평균 150여 회에 달하던 공연을 절반 수준인 76회로 줄여 공연의 질적 가치에 주목했다.

수년 사이 정상적인 축제 운영을 위협해 온 감염병과 기후변화에 주목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대비해 축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올해 주제를 판소리 용어인 ‘더늠’으로 잡은 것도 예술과 예술가 정신에 대한 논의와 성찰을 제안하고자 했던 의도였다.

▲ 25일 오전 11시 진행된 2022 전주세계소리축제 폐막기자회견

그만큼 공연 하나하나의 완성도를 높여야 했던 소리축제 측의 부담은 적지 않았지만, 좌석 점유율에 있어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냈다.

유무료 실내공연 31회 가운데 90% 이상에 달하는 좌석점유율을 기록한 공연은 모두 19개.

24일을 기준으로 집계한 유무료 실내공연 평균 객석 점유율은 80%, 유료 점유율은 75%를 기록했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유료 객석 점유율에서 평균 약 15% 가량이 상승해 목적성을 가진 유료 관람층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 소리축제가 표방한 ‘예술제’로의 의미와 가치를 보다 설득력 있게 뒷받침해 주는 부분으로 해석된다.

▲ 판소리 기반 창작 초연작 선보이는 '소리프론티어 시즌2' 도채비 SSUL 적벽대전

공연 편성의 측면에서 보면, 갈수록 다양화하는 관객들의 기호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한편, 새로운 음악적 경향을 만들어 보여주기 위한 시도를 보여줬다.

클래식 팬층을 위한 <KBS교향악단 접점>, <마에스트로 정명훈 실내악 콘서트>,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결합한 개막공연 <백년의 서사>와 가족공연 <알피>, 부안 채석강의 정취와 함께 펼쳐진 <왕기석 명창의 수궁가> 현장 스트리밍 공연 등은 관객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하기 위한 일환으로 비쳐졌다.

이외에도 판소리에 대한 대중적이면서 친숙한 접근을 위해 스토리와 공연을 적절하게 접목한 <마스터 클래스>는 단연 압권이었다.

전주 덕진공원 연화정이라는 특별한 공간과 어우러져 인생과 예술이 절묘하게 합일된 판소리 거장 조상현, 김일구 명창의 이야기는 큰 울림과 감동으로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판소리 연구가 배연형, 최동현 교수의 마스터 클래스는 판소리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으로 관객들의 학구열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지만 큰 무대’였다.

다만, 희미해진 ‘축제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는 두고두고 고민해야할 숙제다.

공연의 질적 향상으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애호가들에게는 호평을 받았지만,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그동안 시민들과 관광객의 참여를 이끌던 체험 프로그램과 다양한 부대행사들이 대폭 감소해 아쉽다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실내 중심 예술제라는 화두를 놓고 원형과 변형, 안정과 도전이라는 소리축제의 오랜 딜레마를 다양하게 실험하고 풀어놓은 한해였지만, 일반 시민들이 쉽게 참여하기는 어려웠다는 평가다./임다연 기자·idy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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