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프랑스 문화계가 영화 한 편을 놓고 벌집 쑤신 듯 소란해졌다. 장뤽 고다르 감독이 만든 영화 ‘네 멋대로 해라’ 때문이었다. 줄거리는 좀도둑이 차를 훔치다 경찰관을 살해한다. 그는 여자 친구 집에 숨어 지내다가 그녀의 밀고로 들키게 되고 결국 경찰의 총에 맞아 길거리에서 죽는다는 단순한 스토리라인이다. 그럼에도 주목 대상이 된 것은 점프 컷과 다큐식 촬영기법, 흑백필름, 핸드헬드 카메라 등이 어우러진 완전히 새로운 영화였기 때문이었다.

  우선 부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영화의 abc도 모르는 철부지 평론가가 저지른 장난’이라는 식의 비난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오래지 않아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리고 현대 영화 문법의 시작으로 기록됐다. 평단에서는 이를 계기로 영화는 ‘고다르 이전’과 ‘고다르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격찬했다. 
  고다르는 전형적인 작가주의 감독이다. 본인 스스로 영화 평론을 쓰기도 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영화이론에 밝았다. 그리고 이론에 입각해 작품을 만들었다. 영화 작가주의는 작품을 평가할 때 감독의 철학과 개성을 보는 태도다. 다시 말해 영화의 창조주는 감독이라는 뜻이다. 고다르를 비롯해 장 르느와르, 로베르 브레송 등이 이에 속한다. 또 미국의 경우 히치콕, 쿠엔틴 티란티노, 마틴 스코세이지 등이 작가주의 감독으로 꼽힌다. 
  물론 작가주의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영화라는 장르가 원래 감독 이외에도 시나리오 작가나 배우, 촬영감독, 편집자 등이 참여하는 종합예술인 만큼 감독만 예술가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작가주의는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영화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접근 방식임은 틀림없다. 
  장뤽 고다르 감독이 향년 91세로 13일 세상을 떠났다. 언론들은 누벨바그 운동을 주도하면서 그에 맞춰 영화관습을 깨뜨리는 연출로 현대 영화사를 새로 쓴 그를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의 한 명으로 기렸다. 그는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 외에도 ‘여자는 여자다’, ‘국외자들’, ‘알파빌’ 등의 작품을 남겼다.  
  고다르는 안타깝게도 1970년대 이후에는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사에서 그가 남긴 족적은 넓고 깊다. 관습 파괴 연출로 영화 지평을 넓힌 그를 놓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는 오늘 국보를 잃었다”고 추모했다. 요즘 한창 세계적으로 성가를 높이고 있는 우리나라 K-시네마도 그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작가주의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작가주의와 상업성의 절묘한 조화가 영화예술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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