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사무총장이 대통령실 수석에게 언론보도 대응과 관련해 보낸 문자 메시지가 5일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감사원의 독립성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8시20분께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메시지는 감사원이 최고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에 착수하는 등 절차적 하자 있다고 지적한 한겨레신문 보도에 대한 해명 자료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감사원은 이날 오전 11시20분쯤 유 총장이 메시지에서 예고한 보도 참고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이에 따라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 사무총장이 언론에 자료를 배포하기 전 대통령실 핵심참모에게 업무보고에 준하는 교감을 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 통보와 관련 “감사원은 헌법기관이고 대통령실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으로,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같은 윤 대통령 발언에 배치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야당은 “감사원의 정치 감사 배후가 대통령실로 드러났다”며 반발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실이 국정, 인사, 외교 참사 등 총체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철저히 기획된 정치 보복감사를 진두지휘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윤 대통령은 감사원을 통한 기획감사 정치 보복 감사를 즉시 중단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도 SNS를 통해 “감사원은 독립 헌법기관이라며 언급이 부적절하다던 윤석열 대통령님, 부끄럽지 않나?”라며 “국민 앞에서는 감사원과 아무 소통이 없는 것처럼 굴더니, 뒤로는 이렇게 실시간으로 긴밀한 소통을 나누고 있었다니 정말로 말문이 막힌다”고 했다.

감사원은 언론공지를 통해 “해당 문자메시지는 오늘 자 일부 언론에 보도된 '서해 감사 절차 위반'이라는 기사에 대한 질의가 있어 사무총장이 해명자료가 나갈 것이라고 알려준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당 문자에 대해 "이 수석이 기사에 대한 사실 여부를 단순 문의해 답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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