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을 극도로 기피, 돈맥경화 현상을 부추겼던 은행권이 뒤늦게 ‘돈줄’을 풀기 시작했다.
전북은행이 지난 해 말 도내 금융권 중 가장 먼저 설특별자금을 푼 데 이어 굴지의 시중은행들도 설을 앞두고 가계와 기업에 대한 대출지원에 이제야 합류했다.
이에 따라 설을 앞두고 임금문제 등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도내 기업과 가계의 경제적 고통도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14일 도내 제1금융권 등에 따르면 우리·광주·경남은행 등 우리금융지주 산하 은행과 국민·하나·기업·시티은행 등 대형은행들이 설맞이 자금풀기를 시작했다. 이들 은행들은 그동안 BIS비율을 12%대로 맞추기 위해 대출을 극도로 꺼려해 시중 자금 경색의 ‘주범’으로 지목됐었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BIS비율을 10%대로 낮춰도 된다고 발표함에 따라 크고 작은 규모의 설특별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설특별자금은 우리·광주·경남은행 등 우리금융지주 산하 은행들이 모두 2조6000억원을, 하나은행이 1조원, 국민은행 1조5000억원, 씨티은행과 외환은행도 올해 각각 1000억원과 8000억원을 푼다.
그러나 이들 시중은행들의 자금지원이 도내 중소기업과 서민가계에 얼마나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향토은행인 전북은행은 도내 제1금융권 중에는 가장 먼저 지난 해 12월 설특별자금 500억원을 지원키로 발표했다. 전북은행은 BIS비율과 상관없이 해마다 명절 때처럼 중소기업과 가계에 500억 원을 지원키로 하는 한편 추가 지원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지난 해 명절에도 지원금 500억 원 중 410억 원만 대출이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추가 지원이 필요할 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일각에서 특별자금을 지원할 때만 이라도 대출기준을 다소 완화시켜 목표치 설자금을 다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우리 은행은 지난 연말 설특별자금으로 500억원을 지원키로 했는데 시중은행들은 이제서야 자금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하지만 전북지역의 경우 자금이 풀려도 기업수요가 많지 않아서 해마다 500억원 중 100~200억원은 남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하지만 명절을 전북은행은 물론 시중은행들도 앞다퉈 자금을 풀고 있어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와 중소기업들의 고통이 다소 덜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김은숙 기자myi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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