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서부지역과 동부지역을 잇는 ‘30번 국도’가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도내에서 천연기념물을 포함한 야생동물이 100마리 가까이 차에 치여죽은 가운데 이 국도에는 제대로 된 생태기반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매년 가장 많은 동물들이 희생되는 ‘마의 도로’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21일 전주지방환경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국도 및 지방도를 대상으로 ‘로드킬(Road kill)’현황 조사를 실시한 결과 야생동물 23종 93마리가 도로에서 희생됐다.

종류별로는 다람쥐가 23마리로 가장 많았고 족제비가 12마리, 너구리가 10마리, 청설모 9마리, 기타(꿩, 뱀, 개구리, 이외의 조류) 등의 순이었다.

특히 이중 천연기념물인 삵(1마리)과 소쩍새(1)도 길을 건너다 차량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야생동물 피해를 낸 국도는 30번 국도로 25마리가 희생돼 전년도 49마리에 이어 야생동물 피해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도로라는 오명을 면치 못했다.

다음으로 지방도 55호선 23마리였고 국도 26번이 17마리, 지방도 49호선 7마리, 등의 순이었다.

환경청은 전년도 27종 211마리에서 확연히 줄어든 이 같은 수치의 이유로 지난해 7월부터 환경청이 실시하고 있는 네비게이션 안내방송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3차례 이상 로드킬이 발생한 지역을 표본으로 네비게이션 제작사에 정보를 제공, 도입된 이 제도는 상습 로드킬 구간 에 진입하게 되면 ‘전방에 야생동물 출현지역입니다. 주의 운전하시기 바랍니다’는 방송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환경파괴 등의 영향으로 동물 개체수가 줄어들어 로드킬 수가 줄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와 매년 로드킬 수가 많은 도로에 생태통로 등 제대로 된 기반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환경청은 신규 건설 도로를 상대로 환경영향평가 시 야생동물 로드킬 방지 대책 수립 여부와 적정성 등을 철저히 검토해 나갈 방침이며 운전자의 야생동물에 대한 주의와 관심을 당부했다.

환경청 관계자는 “도로건설 등 각종 개발사업 때문에 생태계가 훼손되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 및 활동 영역이 단절되는 데다 운전자의 과속이나 부주의한 운전 등으로 로드킬이 발생한다”고 말했다./백세종기자·103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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