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찾아온 간첩들을 신고하지 않았다며 형사처벌 됐던, 현재는 세상을 떠난 한 납북어부 아내가 뒤집어 쓴 누명이 40여년 만에 벗겨졌다.

17일 전주지법 정읍지원에 따르면 지난 1968년 12월 25일 부안군 위도면 대리 고(故) 김순례(사망 당시 76세·일명 김순애)씨의 집에 부안경찰서 정보과 직원들이 들이닥쳤다.

김씨와 딸 백옥순씨는 경찰관들에 의해 인근 민가로 연행돼 불법으로 감금당하고 폭행 당했다.

이유는 “전날 집에 간첩으로 보이는 수상한 사람이 찾아왔는데 왜 수사·정보기관에 알리지 않았느냐”였다.

경찰관들이 들이닥친 이유는 당시 ‘송양호’선원으로 납북됐다 풀려나 간첩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고 있었던 남편 고(故) 백운만씨 때문이었다.

있지도 않은 사실을 허위로 자백하게 하는 과정에서 구인영장이나 압수수색영장은 집행되지도 않았다.

이후 김씨는 부안경찰서에서 일주일동안 불법으로 감금됐고 반 국가단체인 북괴의 구성원을 신고하지 않은 국가보안법 상 불고지죄로 형사 입건됐다.

남편도 다른 선원 4명과 함께 같은 해 탈출·잠입·찬양고무 등 간첩 혐의로 구속돼 각각 징역 1년∼5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최근 김씨의 딸 백씨가 낸 재심선고 공판에서 정읍지원 형사부(재판장 송희호 지원장)는 “당시 피고인과 딸을 민가와 경찰서에 불법 감금하고 폭행, 허위 진술토록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41년 간의 누명이 벗겨지는 순간이었지만 김씨는 이 세상에 없었다. 앞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해 6월 이 사건에 대해 경찰 조작사건으로 재심을 권고했었다. 김씨가 숨지기 불과 13개월 전의 일이었다.

한편, 백씨 등 5명 선원에 대한 재심이 청구됐지만 아직 법원은 이들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을 하지 않은 상태다./백세종기자·103bell@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