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중 최초 민간인 집단 학살 사건인 ‘국민보도연맹’사건과 관련, 당시 도내 연맹 관계자 50여명이 경찰과 국군 등에 의해 집단 학살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위원회)는 26일 도내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조사한 결과 1950년 7월 도내 남원과 군산의 보도연맹원 등 54명이 전북지방경찰국 경찰과 육군 전북지구 특무대(CIC), 헌병대에 의해 집단 사살된 사실을 규명, 정부 등에 위령사업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전북에서 희생된 보도연맹원 등 예비검속자에 대한 사살은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진행됐지만 추정되는 희생규모에 비해 신청건수가 극히 적고 관련 자료가 발견되지 않아 전체 희생자 규모를 파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당시 경찰과 군인들이 희생자들의 불법행위 등에 대한 확인과정이나 사살의 법적 처리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이들이 인민군에게 동조하여 후방을 교란할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 속에 장기간 구금한 뒤 불법 사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도내 연맹원을 포함한 예비검속 대상자들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관할 경찰서(지서) 소속 경찰에 의해 연행되거나 소집통보를 받고 출두했다가 경찰서 유치장과 연무장, 연초창고 등지에 구금됐다.

남원에서 경찰과 CIC, 헌병대는 구금자들을 좌익활동의 적극성 여부에 대해 심사한 뒤 처형대상자를 선별했으며 이 중 갑종 은 7월 초순에, 나머지 구금자들은 경찰의 후퇴가 임박하였던 7월 중순 마을 야산, 냇가 등지에서 집단 사살했다.

심지어 군산에서는 보도연맹원 등 예비검속자들을 유치장에 구금하고 있던 군산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인민군 진입이 임박해 미처 구금자들을 다른 장소로 끌고 가지 못하자 유치장에서 사살한 뒤 후퇴하기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위원회는 “비록 보도연맹 사건이 전시에 발생했다 하더라도 군.경이 범죄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민간인들을 예비 검속해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살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국가에 대해 공식사과와 위령사업의 지원, 군·경을 대상으로 한 평화인권교육 실시 등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한편, 위원회는 경찰의 전국 요시찰인 단속 및 전국 형무소 경비의 건(城署査 제1799호)과 대공전산화자료, 요시찰인명부, 전라북도의회의 6.25양민학살진상실태조사보고서등 관련 기록을 검토했으며 사건 목격자, 당시 각 경찰서 근무 경찰 등 참고인에 대한 진술조사와 현장조사를 통해 사건의 실재 여부와 희생규모를 밝혀냈다.

*국민보도연맹
-1949년 좌익 운동을 하다 전향한 사람들로 조직된 반공단체. 6.25이전에는 전국적으로 가입자가 30만명에 달했다.
6·25전쟁이 일어나자 정부와 경찰은 초기 후퇴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무차별 검속(檢束)과 즉결처분을 단행함으로써 6·25전쟁 중 최초의 집단 민간인 학살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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