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요?, 음..., 제 인생이라고 봐야겠죠”

3일 전주시 중화산동 전북도청 인근 ‘컬러 인 커피(color in cofee)’ 커피 전문점.
이곳은 커피를 즐겨 마시는 이들에게 일명 ‘플라넬(flanel)’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최근 시민들 사이에서 커피 프랜차이즈의 대명사인‘스타벅스’나 ‘커피 빈’보다 커피 마실 맛이 나는 곳으로 통한다.

66㎡(20평) 남짓한 매장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윽한 커피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이 컬러인 커피 전문점 최재영(33)대표가 반갑게 맞이하며 직접 만든 ‘아메리카노’커피를 내왔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커피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정성으로‘혼이 담긴 커피’를 가장 좋아한다고 한 스타벅스 회장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의 말이 떠올랐다.

이 컬러인 커피 전문점 최 대표는 바로 그런 혼이 담긴 커피를 만들어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 대표는 “커피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드는 사람과 마시러 오시는 손님이 모두 행복해야하는 것이 가장 제가 추구하는 커피의 맛입니다”라고 했다.

최근 대형 커피 전문점이 프랜차이즈 식으로 도내를 포함한 전국에 들어서고 있지만 그는 ‘전주의 커피는 맛있고 다르다’ 인식을 충분히 굳혔다.

“전주에 커피전문점을 낸 것이 4년 전이네요. 그때는 고객 모두에게 통일된 커피 맛만 고집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싫었습니다. 너무 상업적이잖아요”

커피는 커피 원료인 생두를 굽고(로스팅;roasting), 구운 생두를 이용해 커피를 만들어 내는(블렌딩;blending) 크게 두 가지의 커피 제조과정을 거치면 흔히 말하는 쓰디쓴 ‘에스프레소(커피원액)’이 만들어진다.

에스프레소에 우유와 시럽 등을 붓고 사람들의 기호에 맞게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만들어 내는 직업이 요즘 많이 회자되는 ‘바리스타’다.

아직은 국가에서 공인 자격으로 되질 않고 한국 바리스타교육협회에서 자격을 부여하는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것도 생긴지 3년밖에 되질 않았다.

그런 우리나라에서 최 대표는 9년 전부터 사실상 ‘독학’으로 커피관련 기술을 익혔다.

커피 제조 일도 원래 처음엔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졸업한 전북대학교 학과도 커피와는 무관한 학과였지만 서울에서 생두를 수입하는 아는 형님을 따라다니다 커피를 제조하는 것까지 익히게 된 것이다.

1999년 말 서울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가 처음 생겼던 것을 감안하면 최 대표는 초창기부터 커피기술을 익힌 셈이다. 5년 동안 기술을 익히고 내려온 뒤 2005년 이곳에 처음 매장을 열었다.

어떻게 하면 구워냈을 때 각기 다른 맛을 내는 커피 생두들을 잘 섞어 손님들이 원하는 맛을 낼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브라질 산 생두는 부드럽고 약간 보리차 맛이 나고 아프리카 케냐 산 생두는 끝맛이 강하다. 또 콜롬비아 산 생두는 일반적으로 손님들이 선호하는 맛, 과테말라 산은 더욱 진한 맛이 난다.

적당한 비율로 커피를 섞어 가장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만들어 내자 매장엔 하루가 다르게 손님들이 하나둘씩 늘어났고 이제는 본점 매장에만 하루 평균 300∼500명이 찾는다.

중화산동 본점을 찾기엔 너무 먼 시민들을 위해 전주에 딱 2개(전주예수병원, 롯데백화점 인근)의 매장만 더 냈다.

최 대표는“저도 지난해에는 인테리어 부와 영업부를 만들긴 했었는데..., 영 성격에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후진 양성이라고 말하기엔 부끄럽지만 그곳에 힘쓰고 있습니다”라고 쑥스럽게 웃었다.

최 대표 밑에서 커피기술을 익힌 사람들 만해도 지금까지 1000명이 넘는다. 도내 커피업계의 ‘대부’인 셈이다. 그중 일부는 도내에 50여개 매장을 따로 냈다. 물론 컬러인 커피 이름은 사용하지 않고. 지금도 최 대표는 매주 도내 2개 대학과 문화센터 등지에서 10여개 커피 강의를 하며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커피의 기술은 각 바리스타의 특성이죠. 각 전문점마다 특성이 있는데 일괄적으로 하나로 묶는다는 게 이상한 것입니다. 커피를 맛있게 만드는 비법은 없습니다”

굳이 말한다면 ‘경험’과 ‘시간’이라는 것이 맛있는 커피 제조 비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윽고 최 대표가 매장 한켠의 생두를 구워내는 곳으로 안내했다.

생두 포대를 로스팅 기기에 붓고 10여분 정도 지나자 고소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따로 구워서 적당한 비율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는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13분이 지나자 226도 온도에서 적당하게 그을린 듯한 커피원두들이 배출관을 통해 후드득 쏟아졌다.

최 대표가 매일 직접 굽는 커피들은 도내 50여개 매장으로 직접 판매되기도 한다. 전북의 커피원산지가 이곳인 셈이다.

이어 최 대표가 판매대 옆에서 으깬 커피원두를 압축기에 넣은 뒤 커피를 뽑아냈다. 커피 향이 더욱 진동했다.

원액에 우유를 붙고 큰 하트 모양과 작은 하트모양이 촘촘히 아로새겨진 커피 두 잔이 만들어졌다. ‘라떼 아트’라 한다.

최 대표는“이런 커피를 만들 사람들이 기술을 배워가는 게 좋을 뿐입니다. 커피를 가르쳐 주고 이를 배워가고 많은 사람들이 그 커피를 마시고 즐기는 것. 그것이 내가 커피를 인생이라 생각하는 이유입니다”고 말했다.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나눠주는 그 이지만 커피를 만들 때는 직원들에게 엄하기 그지없다. 한 바리스타의 손에서 만들어진 커피의 맛은 끝까지 그 바리스타가 책임져야한다.

한번은 커피 맛이 이상하다고 불만을 털어놓는 손님이 항의하자 커피를 만든 직원이 그에게 어떻해야 할지 물은 적이 있었다.

최 대표는 그 종업원에게 “니가 만든 것이니 끝까지 책임져”라고 말하고 다
시 묵묵히 일했다는 후문이다.

지금도 최 대표는 새로운 커피 맛을 추구하기 위해 매주 토요일이면 새로운 조합의 커피를 만들어 내고 손님들에게 맛을 묻는다.

1시간 여 넘는 인터뷰를 마치고 ‘컬러 인 커피’ 전문점을 나오는 길에 흐린 날씨에 쌀쌀하지만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백세종기자·103bell@, 사진=최선범기자·sun8472

*최재영 대표가 말하는 커피 전문가 ‘바리스타’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커피의 생산 및 유통과정 커피의 기본적인 지식을 익히는 것이 중요.
-아직은 국가기술자격증이 아니어서 한국바리스타교육협회에서 매년 실시하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야한다.
-커피에 대한 기초 이론, 커피 로스팅, 블렌딩 등 기초 기술을 익혀라.
-문외한이라면 문화센터,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실시하는 커피관련 수업을 듣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커피에 대한 충분한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생두인지 아닌지 판단 할 수 있어야 한다.
-커피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자신이 만든 커피를 자신 있게 내놓고 손님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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