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사건에서 현장에 놓고 간 종이 상자에서 발견된 지문만으로는 범인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법원은 범인으로 지목된 이가 각종 절도 전과로 수 차례 징역형을 산 상황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면 현장에 지문이 남도록 범행을 저지르진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5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6일 오후 2시께 전주시 다가동 이모(48·여)씨의 성인용품 점에 모자와 파란색 마스크를 착용한 칼을 든 강도가 침입해 이씨를 위협하고 현금 12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앞서 두시간 전 이 강도는 택배 배달원인 것처럼 가장해 종이상자 하나를 들고 들어가 현장상황을 확인한 뒤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고 상자는 놓아둔 채 현장을 떠났다.

이후 경찰과 검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종이상자에서 택시기사 안모(32)씨의 지문을 채취, 안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붙잡아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 기소했고 1심 법원은 증거를 인정,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안씨는 수사초기부터 재판까지 “종이상자는 최근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형뽑기 기계를 인수받을 때 기계 안에 있는 상자였고 청소하는 과정에서 버린 상자다”고 무죄를 주장하고 “당일 그 시각에는 회사에 사납금을 내고 여자친구와 통화했다”며 알리바이를 내세웠다.

하지만 경찰 등은 “안씨의 집을 압수 수색한 결과 모자와 마스크가 발견됐고 안씨를 붙잡고 모자와 마스크를 씌운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확인결과 ‘이 사람이 맞다’는 진술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판단을 달리해 안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황병하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절도 등의 혐의로 2차례 절도전과가 있는데 과연 이사건 범행의 진범이라면 적어도 자신의 지문이 범행 현장에 남지 않도록 장갑정도는 착용하고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는 강도가 장갑을 끼지 않은 채 매장에 들어와 문을 잠갔다고 하나 지문이 문제의 상자에서만 발견된 점, 피해자 확인 시 피고인이 범인이라는 암시를 줄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의심은 되지만 피고인을 진범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백세종기자·103bell@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