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만 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민유태(53·사시 24회) 전주지검장이 19일 사실상 좌천 발령됐다.

이번 인사에서 지검 차장·부장 급 직책인 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사실상 좌천돼 조만간 징계 절차가 개시된다

지난 1월 19일 전주지검장으로 발령된 민 검사장은 "순리에 따른 검찰권을 행사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본인 스스로가 추문에 휩싸이면서 지검사상 비리연루 중도 하차 검사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민 검사장이 공식 발령 난 사실이 알려지자 전주지검 직원들은 이미 결과를 예상했다는 듯 침착한 분위기였지만 한편으로는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직원들 상당수는 부하 직원들을 다독이며, 도덕성과 개혁을 중요시해왔고 일선 검사 시절부터 ‘대쪽’으로 평가받았던 민 검사장에 대한 의혹이 아직까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검의 모 검찰 관계자는 “직원들 모두 맡은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전주지검의 이미지 추락과 조직 내부 동요가 걱정스럽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조직을 추스르고 개혁해서 도민의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2월 발생한 전주지검 방화 사건과 농약 생수통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은 뒤숭숭한 상황과 전 전 박영관 지검장이 제주지검장으로 발령났을 당시를 회고하며 또 다시 ‘전주지검장=좌천’ 공식으로 이어져 전주지검이 검찰 고위간부들 사이에서 근무기피 지역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말 그대로 직원들의 사기저하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 검찰 직원은 “지난해에는 그나마 전주지검이 조용해 앞으로 별일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는데 또다시 이런 일이 터지니 일이 손에 안 잡힐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앞서 민 검사장은 지난해 6월 말 '마약퇴치 국제협력연락사무소'를 개소하기 위해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했을 때 박 전 회장 측으로부터 1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지난 15일 12시간 동안 대검 중수부의 조사를 받았다./백세종기자·103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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