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과 익산, 김제를 벗어나 멀리 충남 강경과 논산 등지에서 모인 상인들이 물물교환을 하던 ‘대야 5일장’.

배추와 상추 등 푸성귀부터 쌀, 보리를 비롯해 미역, 가자미, 바지락, 꽃게, 조기 등 해산물까지 빠지지 않고 5일장 서는 날에는 어김없이 나타나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한쪽에는 색깔 고운 형형색색의 실과 바늘, 어렸을 때 봄직한 참빗도 5일장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물품이다. 요즘에는 시중에서 사라졌지만 이들 박물장수의 귀한 물품은 이제는 보기 귀한 물건들이 됐다.

여기에 인근 해안가에서 잡은 각종 생선과 조개들이 오랜만에 촌로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점심때면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인근 국밥집에서 얼큰한 뚝배기 한 그릇에 막걸리와 곁들인 점심은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예전에는 아낙네들과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술 빵’도 구수하고 향긋한 냄새를 날리면서 발길을 재촉하는 시장꾼들의 요깃거리로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1970년대 초 이전에만 하더라도 ‘대야 5일장’은 김제와 논산에서 몰고 온 소들과 돼지들로 북적거렸다.

시골 농민들의 애환과 삶이 살아 있는 5일장도 이제는 상설시장과 대형마트에 밀려 추억 속으로 서서히 멀어져 가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그나마 요즘에는 정성들여 재배한 마른 고추와 햇마늘이 5일장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도 장이 서는 날에는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이 장을 보기 위해 몰려든다. 요즘에는 젊은이보다는 대부분 농촌 노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상추와 씀바귀 등 푸성귀부터 때로는 더덕과 도라지가 소쿠리에 올라 앉아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5일장에서는 목소리를 높이며 물건 값을 조금이라도 깎아 보려는 시골 촌로와 상인간의 실랑이가 이채롭다.

아직도 5일장에서는 빠질 수 없는 것이 ‘뻥튀기’다. 장이 서는 날이면 빠지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는 ‘뻥튀기’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발길을 잡는 유일한 볼거리이자 즐기는 놀이이다.

대야 5일장은 다양한 물건과 풍성한 먹을거리로 항상 후한 인심이 따라다닌다. 김제와 옥구의 드넓은 평야에서 가져온 햇곡식과 익산과 강경에서 가져온 고추와 마늘, 호박, 가을에는 고구마와 무, 김장거리, 대파 등 풍성한 먹을거리가 장터를 가득 메운다.

여기에 도다리와 병치, 꽃게 등 제사상에 오를 생선도 5일장에서는 값 싸게 구할 수 있어 좋다.

대야 5일장이 서는 대야면 지경리 일대에는 장이 서는 날에는 아예 시장터를 지나는 도로는 두절이 된다. 도로 양 편으로 즐비하게 자리를 잡고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미리 자리를 잡아 물건을 내놓기 때문에 차들이 오가는 공간은 아예 찾아 볼 수가 없다.

항상 장날에 있을 법도 한 도로 통과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상황은 의외로 일어나지 않는다. 억지로 이 곳을 통과하려는 차량도 없을뿐더러 굳이 이 도로를 이용하려고 하질 않기 때문이다.

5일장터에는 무질서하게 늘어선 좌판을 사이에 두고 각종 물건들이 즐비하게 쌓여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군산의 ‘대야 5일장’은 ‘1자’와 ‘6’자가 들어있는 날이면 서는 장터이다. 매월 1일과 6일 11일과 16일, 21일과 26일에 각각 장이 서곤 한다.

예전부터 군산지역에는 ‘설애장터’를 비롯해 ‘상평장’, ‘임피장’, ‘서시포장’, ‘나포장’ 등 10여개의 장터가 섰다. 옥구현 지도 기록에 따르면 1872년 박지산면 대붕산 기슭(지금의 옥산면 남내리)의 장터를 ‘지경장’이라고 불렀다.

1912년 철도가 개설되면서 장터가 현재 이곳으로 옮겨와 ‘지경장’으로 이어져 오늘의 ‘대야5일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예전에 5일장으로 열리는 이곳 장터에는 하루 300-400마리의 소와 500-600마리의 돼지가 거래됐던 시장이다.

1965년에 대야 검문소 못미처 임피쪽으로 빠지는 도로 좌측의 530여 평 부지에 개설되던 대야 5일장터는 언제부터인지 상인과 노점상들이 도로의 양편으로 빠져 나와 터를 잡고 장사를 하게 됐다.

현재는 이 곳 말고도 대야파출소 옆에서부터 대야횟집까지 약300여 미터에 시장이 형성됐다.

대야 지역 주민뿐 아니라 군산 시내의 주민들에게도 정겨운 장터로 자리 잡아 장날만 되면 차량의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시끌벅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많은 변화가 이뤄졌지만 옛날 서민들의 애환을 그대로 그려내는 재래시장의 면모는 계속이어지고 있다./군산=강경창기자․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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