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사지에서 출토된 국보급으로 평가받고 있는 금동풍탁과 금동사리장엄구 등을 이제 전북에서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21일 문화재청이 관보를 통해 공고 제 2010-170호로 ‘매장 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현재까지 출토돼 보존과학 처리되는 모든 문화재들이 출토지가 아닌 국립중앙박물관등 국가로 귀속되는 사안인 만큼, 현재 보존처리중인 미륵사지 금동풍탁과 고창군 자체예산 3억원을 들여 발굴 조사한 고창 봉덕리고분 출토 유물 등 1천여점이 고향이 아닌 타향에서 보관 전시될 전망이다.
특히 타 지역은 지속적인 문화재 발굴 등을 통해 이미 수많은 문화재를 박물관과 전시관을 통해 보존, 전시하고 있지만 전라북도의 경우 앞으로 쏟아질 유물들이 대부분 타관신세로 전락할 방침이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더욱이 경주나 부여 등의 국립박물관은 그동안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발굴로 이미 수많은 국보급 유물들을 전시해놓고 있지만, 전북처럼 이제 문화재 발굴의 첫걸음을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역의 경우, 지금 이상의 박물관 외형확대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지방출토 문화재의 중앙 종속화를 우려하는 도민은 물론 도의회, 학계, 시민단체들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문화재의 중앙종속화 사실이 알려지자 도의회와 익산시는 결의안과 자체의견을 발표하고 “지방분권시대에 문화재만 유독 중앙 집중화가 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으며, 학계는 물론 문화계, 시민단체들 역시 합동으로 대응할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도의회는 21일 제 8대 도의회 폐회와 함께 배승철의원 등 13명이 ‘매장문화재 보관, 관리청 국립중앙박물관 일원화 시도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문화재는 가치 성격상 현지 출토지에서 보관, 관리가 원칙이며, 이것이 문화재 진정성 확보의 핵심”이라며 “모든 발견매장문화재의 국가소유는 당연하지만, 관리권까지 국립중앙박물관이 독점하는 것은 지방 분권화 및 지역문화 발전에 저해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 익산시는 의견서를 통해 “이번 시행령은 익산에서 발견된 사리장엄구 처럼 발견 현지의 전시관을 두고도 타 지역의 국립박물관으로 보관처가 이전된다면 지역민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며 “ 현행법상에서도 매장문화재 등 국가귀속유물의 보관, 관리청 지정뿐만 아니라 전시조차 어려운 상황인데, 법이 개정되면 지자체의 박물관이나 전시관의 중요유물 전시는 거의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의사를 피력했다.
이에대해 문화재청은 “이번 입법예고는 지역에 흩어진 문화재들의 훼손 우려가 있어 완벽한 보존관리를 위해 시행됐으며, 필요할 경우, 지자체 등 위탁 관리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내 학계에서는 “문화재청의 예산을 지원받아 건립된 박물관과 전시관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과 유적 현지를 찾은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립중앙박물관 보관, 관리 법안은 지자체의 문화유산정책과 역주행하는 전형적인 문화의 중앙집권화”라고 비판했다.
익산시는 22일부터 시내 일원에 이번 법안에 반대하는 입간판 설치와 시민서명 등에 돌입하며, 문화재청 항의방문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탐문됐다. 또한 도내 각 시군도 자체적으로 법안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하는가 하면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문화재 중앙종속화 반대투쟁운동도 벌여 나갈 방침이다.
한편 21일 발표된 시행령은 7월 12일까지 관련부처의 의견을 수렴한 후, 국무총리실 규제심사를 거쳐 올 하반기에 법제처 심사를 마무리하면 내년 2월경부터 시행될 계획이다./이상덕기자· lee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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