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 한 개에 1000원이라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00원이면 오이를 두개나 살 수 있었는데 채소 값이 엄청 올라서 두 배나 되는 돈을 줘야 살 수 있게 됐어요. 상추도 1000원치는 팔지도 않네요. 채소 값이 너무 올라 장보기가 무섭네요”
주부 유모(전주시 평화동?44)씨는 요즘 장보기가 겁이 난다. 기나긴 폭염이 끝나는가 했더니 폭우가 이어져 채소류 절 반 이상의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서민밥상’의 단골메뉴인 고등어 등 일부 생선과 육류 가격도 줄줄이 오르면서 서민가계의 시름이 날로 깊어가고 있다.
더욱이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로 채소 수확량은 크게 감소하고 있어 생활물가 오름세를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 같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추석명절을 앞둔 서민가계는 공공요금 인상에 밥상물가 상승 등 엎친데덮친격 생활고에 시달릴 수 밖에 없게 될 처지에 놓였다.
16일 전주농협하나로마트 등 도내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새 오이와 애호박 가격은 각각 56%, 42%나 급등,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불과 지난 달 말까지만 해도 한 개에 330원이던 오이가격은 980원으로 껑충 올랐고, 애호박 역시 전달(690원)보다 300원 가량 오른 980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 과일값의 경우 수박과 자두, 아우리 사과 등을 중심으로 소폭의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두는 지난달(498원)보다 58% 오른 748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아우리 사과 역시 4500원에서 5200원으로 15% 가량 가격이 상승했다. 특히 수박 가격의 급등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에 비해 10~15% 상승했고 한국물가협회 조사결과 지난 해 보다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채소와 과일가격이 상승한 데는 이상기온이 가장 큰 원인이다. 장마 영향으로 일조량이 부족해 채소류 생육에 영향을 줬고, 폭염으로 수확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또 최근 연일 퍼부은 폭우로 농작물 수확에 비상이 걸리면서 당분간 채소류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서민밥상의 대표적인 고등어 등 생선 가격도 급등했다. 한국물가협회 조사에 따르면 고등어 한마리 가격은 전달 4,280원에서 16.3% 오른 4,98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지난 5월초와 비교하면 67%나 오른 가격이다. 폭염이 이어진 내륙과는 다르게 바닷물 수온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채소·생선류와 별개로 육류까지 오르고 있다. 한우불고기는 가장 크게 오른 가운데 7월 말 3680원에서 4700원으로 상승, 무려 27%가 올랐다. 돼지고기는 삼겹살이 2100원에 거래되면서 전달보다 17%(1790원)가 상승했다. 또 한우국거리는 4400원에서 4700원으로 6% 가량 가격이 상승했으며 계란도 전달(3590원)에 비해 14%가량 오른 411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부 김모(전북 김제시?54)씨는 “장을 보러 갈 때마다 떨어지는 품목은 없고 하루가 무섭게 오르기만 하니 예상지출액을 항상 초과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채소값에 고기나 생선 값도 올라서 지난달까지만 해도 12만원이면 일주일치 장을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20만원을 들여도 모자랄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채소를 파는 상인 김모씨는 “야채를 사는 손님들마다 왜 이렇게 비싸졌냐고 좀 깍아 달라고 할 때마다 무척 난감했다”며 “물가가 올라 손님도 줄었는데 그나마 단골들도 가격이 비싸다고 푸념하는 바람에 파는 입장에서도 속이 탈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이달 전기요금 3.5% 인상을 시작으로 하반기 공공요금도 오를 전망으로 서민 경제의 총체적인 어려움이 우려되고 있다./박세린기자?iceblue@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