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 숲 속이다. 단지 장소만 바뀐 것이 아니다. 수업 내용도 다르다.
‘숲꿈학교’는 수업의 공간이 닫혀 있는 교실에서 열려있는 숲으로 확장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자연에서 배움과 힐링을 통해 꿈을 키워나간다.
전북교육청이 2학기부터 운영하는 ‘숨꿈학교’ 이야기다.

지난 14일 오전 완주 동상초등학교 뒷편 ‘생태힐링 숲속교실’. 장명순 교장의 안내로 찾아간 그 곳에서는 학생들이 신나게 놀고(?)있었다. 분명 정규 수업시간인데, 그 것도 선생님들과 함께.
통나무 의자와 다리가 놓인 그 곳에서 학생들이 모여 있고 한쪽 구덩이에는 포일에 쌓인 고구마가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숯불 위에서 익어 가고 있다. 학생들은 외다리 통나무 위에서 서로 자리를 바꾸기 위해 손을 잡아주거나 서로를 껴안아 주며 깔깔거리고 있다. 선생님들도 같이 하며 학생들과 친구처럼 웃으며 얘기한다.
3학년과 4학년 도덕 수업 현장이다. 학생들은 ‘협동’에 대한 공부를 하는 중이다.
4학년 담임 박소영 교사의 설명이다.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사람들이 자신의 목적지를 가려면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책으로 배우는 협동보다는 서로 손을 잡아주며 몸으로 배우는 협동이 더 기억에 남지 않을까요?”
숲꿈학교가 지향하는 지점을 명확히 보여준 수업이었다.
이처럼 동상초등학교의 수업은 생태자연과 연계시킨 교육과정으로 구성돼있다.
가령 ‘슬기로운 생활’(저학년 과학) 수업은 교실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교 마당 나뭇잎에 붙은 무당벌레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에게는 더 세밀한 관찰을 통해 그림을 그리게 하고 이를 공작물로 만들어 내도록한다. 학생들의 호기심을 인정하고 이를 통해 여러 가지 교육을 복합적으로 시도하는 것이다.
학교 뒷산 숲속에서 이뤄지는 동상초의 ‘자연몰입교육’은 눈, 코, 귀, 입, 피부를 이용한다. 눈으로 숲의 색깔변화를 바라보고 코로 나뭇, 풀잎의 냄새를 맡는다. 귀로 새소리, 바람소리, 낙엽소리를 듣고 입으로는 여러 식물의 맛을 보며 피부로 숲 속의 빛과 그늘, 그리고 바람을 느낀다.
“숲에 들어가면 학생과 교사는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갖습니다. 서로의 간섭없이 자연을 맘껏 느끼도록 합니다. 교사들은 질문이나 지시대신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만합니다. 숲을 아이들 방식대로 느끼도록 놔두는 것입니다”
장 교장은 숲교육 전문가다. 장 교장이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생태감성 힐링교육’은 이미 여러차례 주목을 받아왔다. 이 교육은 사계절별로 진행된다. △봄마중 힐링학교 △여름숲속 자연학교 △가을바람 예술학교 △겨우살이 나눔학교 등 계절별 목표가 있다.
봄에는 감성순화를 목표로 숲속에서 시를 짓거나 그림을 그린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교사의 개입은 최소한에 그친다.
여름은 자연몰입을 테마로 한다. 특히 1박2일 일정으로 진행한 ‘물여울 숲속 힐링캠프’에서 숲을 느끼고 자연과 교감 했다. 나뭇잎을 이용한 놀이와 염색을 하는 체험 등 흥미로운 생태 놀이를 했다.
가을은 예술문화가 테마다. 지난 10일 학교에서 열린 ‘가을바람 예술학교’는 학생들의 학습활동 결과물 전시와 공연으로 꾸며진 행사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준비하고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생태예술가와 산림청, 환경청 관계 전문가들을 초청, 학생들 진로교육도 병행했다. 또 텃밭에서 가꾼 땅콩 등 농작물을 수확하기도 한다.
겨울은 인간공존이 테마다. 눈썰매 타기 등 자연 속에서 자연을 느끼며 시간을 보낸다.
또 자연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자연이 국어가 되고 예술이 되고, 때로는 사회와 과학교육으로 융합되어 일 년 내내 다양한 프로젝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나의 예로 동상의 특산물인 ‘감’을 이용한 일 년짜리 프로젝트는 봄에는 감꽃목걸이와 감잎 책갈피 만들기를 하고 여름에는 전교생이 매일 아침 먹을 수 있도록 감잎 차 만들기를 하며, 가을에는 학생들이 직접 감물을 우려내 다양한 염색 공예로 생활용품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또 겨울이 되면 아이들이 직접 감을 깍아 곶감 말리기를 하며 다양한 온도와 습도 변화에 따른 당도 측정까지 한 후 전교생이 감 프로젝트 발표회를 갖기도 한다.
도교육청 민완성 장학사는 “숲꿈학교는 동상초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학교교육과정을 학생들이 스스로 숲과 더불어 배워가는 활동중심의 통합교육과정으로 재구성하고, 프로젝트 학습 등의 자연친화적 수업을 통해 경쟁위주, 성적위주의 교육에서 자연에서 배움과 힐링을 통해 꿈을 키워나가는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운영하는 학교”라고 설명한다.
/이병재기자·kanadasa@
▲숲 교육이란?
기후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자연이 전해주는 섬세한 창의성과 자연에서 하나가되는 넉넉한 동질감을 스스로 느끼며, 따뜻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 학교 생태감성교육 철학입니다.
숲 교육을 하는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통한 인성 중심교육과 고요한 숲에서의 자기 탐색을 통한 스스로의 치유력 회복을 들 수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온갖 미디어와 인터넷, 스마트 폰에 둘러싸이고 한편으로는 그러한 미디어의 위해성에 무감각해진 부모의 보호아래 성장하면서 무한히 넓은 자연의 품을 만나고 자연의 치유력을 경험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여러 가지 형태의 정신적, 정서적 불균형의 모양으로 우리 사회를 위협하기도 합니다. 자연의 품안에서 동질감을 느끼며 서로 협력하고 상생하는 기쁨을 경험한 아이들은 깊은 뿌리를 내리며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숲 교육의 가치입니다.
<장명순 동상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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