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진안교육협동조합
9일 저녁. 어둠이 깔린 진안 백운면 흰구름작은도서관에 백운초등학교 아이들이 블루베리 케익을 가운데 두고 둘러 앉았다.
이날은 백운초등학교 저녁돌봄 교실이 문을 닫는 날. 2014년 3월에 시작된 1년간의 돌봄교실 사업 마무리를 아이들과 같이 케익을 먹는 조촐한 파티로 장식했다.
유민(진안백운초 4년), 이겸(진안백운초 3년) 등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케익을 먹는 내내 장난치며 자유롭게 도서관을 휩쓸었다.
“학교가 아니라 도서관이라서 좋아요”, “자유롭게 놀 수 있어서 좋아요”
그동안 학교에서 진행하던 돌봄교실이 진안교육협동조합(마을학교)으로 위탁 운영된 것은 지난 3월.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난 후 학교 내 설치된 돌봄교실을 이용했던 때보다 이 곳 도서관 돌봄 교실을 이용하는게 더욱 즐겁단다.
“제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아이들 부모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집에서 엄마와 있는 시간을 제가 대신해주는 만큼 아이들이 자기 집에서처럼 있게 하고 싶어요. 공부는 그 다음이지요. 그래서 저는 야단도 많이 쳐요.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이”
돌봄강사 남애자(45)씨는 강원도 동해시가 고향이다. 지난 2009년 사과농사를 위해 진안 백운면에 귀농했다. 혁신 학교 학부모 모임을 계기로 교육협동조합 출범에 힘을 보탰다.
그에게 돌봄 강사는 ‘일’이 아니다. 한 달 80만 원 남짓을 받지만 그는 이 일을 직업으로 여기지 않는다. 동네 아이들을 돌봐주는 ‘엄마’라고 생각할 뿐이다.
▲설립
진안교육협동조합은 지난 2013년 탄생했다.
당시 초등학교들은 저소득 맞벌이 부모들의 자녀들이 방과 후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규 수업 후 ‘초등 돌봄(1-2학년)’, ‘방과 후 교실(3-6학년)’ ‘엄마 품 돌봄(전 학년)’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방과 후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직접 운영하면서 담당 교사는 과중한 업무로 부담감을 가졌다. 방과후 학교를 담당하는 교사는 학원 1곳을 운영할 정도의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고 한다. 정규 수업 이후 아이들을 지도하는 부담감은 물론 각 프로그램의 내용과 강사의 관리까지 도맡아야 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담당 교사들의 헌신성에 의존하기보다 시스템을 갖추고 교사와 학부모, 강사를 포함한 지역공동체가 각자의 역할을 분담, 지역 아이들을 보살피는 필요성에 공감대가 커져 갔다.
이런 배경 아래 ‘마을학교’는 정규 교과는 선생님들이 전담하고, 학교의 방과 후 프로그램은 학부모들과 지역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책임지자는 생각으로 2013년 11월 설립됐고 2014년 3월 첫 위탁운영을 시작했다.
▲운영
지난해 마을학교는 백운초등학교, 마령초등학교, 장승초등학교, 동향초등학교 등 4개 학교 121명의 아이들에게 초등돌봄과 저녁 돌봄 등을 제공했다.
돌봄 교사 7명과 프로그램 강사 10명이 4개 학교 7개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돌봄교사들은 모두 학부모이자 주민들입니다. 교사와 학생이 아니라 친구 엄마와 같은 인간적 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입니다. 옛날 마을이라는 공간과 동네사람들이 아이들을 교육했듯이 마을학교도 지역공동체 교육을 지양합니다”
이 이사장은 위탁과정에서 학부모들이 총회를 통해 결정한 만큼 학부모들의 관심 사항을 최대한 반영한다고 한다.
특히 백운초등학교, 동향초등학교의 ‘엄마품 돌봄’의 경우 직접 차량으로 귀가 지도를 하여 아이들을 데리러 와야 하는 학부모들의 부담 해소해 주고 있다.
학교 근처 가게에서 과자와 음료수로 꾸며진 간식 대신 건강한 먹거리를 4개 학교 공동으로 제공한다. 학교에 친환경 식자재를 납품하는 진안마을주식회사와 계약하여 친환경 먹거리와 고구마, 옥수수, 효소 등 지역 농산물을 간식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밖에 지역자원을 활용한 운영도 활발하다.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탄생한 ‘마을앤사람’을 통해 돌봄강사와 주민들이 전래놀이 지도자 자격을 획득, 아이들과 같이 하고 있다. 이런 교육을 바탕으로 지난해 전래놀이 운동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순위’를 강조하는 기존 운동회 대신 ‘협력’을 강조하는 전래놀이를 즐기면서 공동체의 가치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또 지역교과서 제작도 추진하고 있다. 마이산의 역암을 중학교 지질 수업 과정에 연계시키는 것이다. 면 단위 사회부교재로는 전국 최초라고 한다. 생명의숲 마을조사단 활동 결과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사업으로 마령면에 이어 백운면 부교재 제작도 곧 착수한다.
이정영 이사장은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학교는 물론 마을이 함께 나서야 한다”며 “마을학교는 지역 학부모를 중심으로 학부모, 교사, 돌봄·방과 후 강사 들이 진안지역에 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가는데 앞장을 서겠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마을이 학교가 됐습니다
/이정영 진안교육협동조합 이사장
현재 초등학교에는 초등돌봄, 방과후교실, 엄마품 돌봄 등 정규수업 후 학교에서 시행하고있는 방과 후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부모들의 맞벌이 등으로 자녀들이 방과 후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교육에서 운영하는 대안 프로그램으로 출발 하였습니다.
하지만 정규교과 외 저녁 9시까지 하기도 하는 이런 프로그램들은 학교와 담당선생님에게 과중한 업무 부담이 되는 현실입니다.
학교에서 조금만 나가면 산과 들인 우리 아이들이 산과 들에서 마음껏 뛰어놀았으면 좋겠지만 마을에 함께 뛰어놀 아이들이 없어 집에 오면 컴퓨터나 텔레비젼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우리 현실에선 정규수업 후에도 학교나 다른 곳에서 함께 아이들이 좀 더 뛰어놀고 배울 필요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지속성을 가지려면 몇 몇 선생님들의 헌신성에 기초 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갖추고,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야 합니다.
마을학교는 정규 교과는 선생님들께서 전담하시고, 방과후는 학부모들과 지역이 중심이되어 나눠서 책임지자는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방과후는 정규교과가 아닌 그야말로 정규수업을 마친 뒤 이루어지는 방.과.후. 프로그램입니다.
미래 인재는 필요한 지식정보를 찾아 필요한 곳에 쓸 줄 아는 창의적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만들고, 만지고, 관찰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큰 틀은 진안지역이 농산촌이고 농산촌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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