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제공한 멸균 초코우유와 초코 빵에 불만이 있었다. 대규모 공장서 생산되고 유통기간이 장기간인 간식이 아닌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로 만든 건강한 먹을거리를 원했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2012년 12월. 가천교육공동체는 그렇게 ‘소소하게’ 시작됐다.

가천교육공동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완주 경천면 경천애인작은도서관은 주민들의 사랑방이다. 또 아이들의 놀이방이기도 하다. 이곳의 단골손님은 바로 가천초등학교 아이들. 기자가 방문했던 토요일에도 6~7명의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도서관 한편에 있는 운동기구를 이용해 장난을 치기도 하고 책상에 앉아 책꽃이에서 고른 책을 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 도서관은 지난 2012년 11월쯤에 문을 열었어요. 당시는 공동체도서관이라는 의미 보다 행정기관에 만들었던 여러 작은 도서관 가운데 하나라는 인식이 더 강했죠. 당시만 해도 도서관을 관리하는 사서가 근무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도서관하면 아무래도 ‘정숙’이란 단어가 떠오르잖아요. 그래서인지 도서관은 말 그대로 이용이 좀 어려운 부분이 있었죠. 그래서 행정에 건의를 했고 그 결과 학부모가 사서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가천교육공동체가 만들어질 때부터 같이 한 유미순(36) 가천 부녀회장은 도서관의 사서가 주민으로 바뀌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말한다. 근무 시간이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돼 있지만 도서관 운영 시간은 여기에 구애받지 않는다. 이용하는 손님들이 다 지역주민의 자녀들이고 어른들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회의실로, 사랑방으로 이용되며 각종 교육공동체 관련 행사도 바로 이곳에서 이뤄진다. 도서관의 이용이 훨씬 활발해진 것이다. 토요일에도 문을 여는 것도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유 회장은 토요일이면 도서관에서 근무를 하는 사서다
또 도서관에는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에서부터 만화책까지 다양한 종류의 4,000 여 권의 책이 비치돼 있어 다양한 독서 욕구를 충복시켜주고 있으며 최근에는 우쿠렐라 강습도 이뤄지고 있다. 홈스쿨링을 하는 김지원(14)양이 매주 토요일 도서관에서 우쿠렐라를 마을 어른들에게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지원 학생은 지난해 우쿠렐라 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재주꾼이다.
이 모두 현재 가천교육공동체의 귀한 자산들이다. 이 교육공동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되돌아보자.
2012년 12월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간식 문제만을 해결하기 위해 모이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추운 겨울, 방과 후 수업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이뤄지는 일, 학년 담임이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인사이동이 잦은 일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해결할 방안을 찾기 위해 모인 것이다.
당시 이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김창민씨는 완주군교육통합지원센터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문제를 설명한 적이 있었다.
‘학교에 간식 예산이 편성돼 있는데 학부모들은 좀 더 건강한 간식을 원했다. 빵을 주더라도 공장에서 만든 빵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가 만드는 우리밀 빵 같은 것으로. 가격이 조금 비싸도 예산 운영을 효과적으로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했던 것이며 사소한 문제 같아 보이지만 아이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못 받는다는 문제의식에서 교육공동체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자세는 2013년 완주교육지원청 교육설명회를 통해 극명하게 들어났다. 교육지원청이 발표한 ‘도농 간 교육격치해소를 위해 노력’에 대해 참석한 학부모가 구체적 설명을 요구한 것. 이런 학부모의 의문은 완주군통합교육자원센터와의 연계로 이어졌고 농어촌희망재단의 공모사업 ‘농어촌마을 희망교육공동체사업’ 신청으로 발전했다.
공모사업 ‘마을이 학교다-엄마와 아이들 딴전 피우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학부모와 만나 아이들에게 행복한 학교생활과 방과 후에 놀 수 있는 프로그램의 내용을 만들고 기대와 재미, 공동의 돌봄까지 직접 만들어 가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당시 학부모들의 고민은 깊었다. 당시 학교 운영과 관련 많은 문제점이 있었기에 아이들을 (학교)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지만 학교와 의견차가 심했고 대화조차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학부모회를 결성해 운영위원장을 새롭게 선출해 학교와 대화 실마리를 풀어 갔다. 또 교장공모제를 통해 학교와의 관계를 풀어가려 했으나 이마저 좌절됐다. 이후 교육청 항의 방문과 김승환 교육감 면담을 통해 학교문제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 약속을 받았고 2013년 9월 오병근 교장이 취임하면서 학교와의 소모적인 갈등은 수그러들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도 ‘마을이 학교다’ 활동은 차근차근 진행됐다.
‘마을에서 보물찾기’는 4차에 걸친 미션 수행을 통한 에포크 수업으로 와일드 푸드 축제, 완주나들이축제, 전주 남부시장, 한옥마을 등에서 이뤄졌다. 아이들은 영화보기, 점심 먹기 등과 공통미션을 통해 경험과 인식의 폭을 넓히는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가천교육공동체의 고민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바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점차 줄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전교생이 17명이었지만 올해는 2명의 신입생을 포함 모두 13명에 불과하다. 학생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에 대한 즉각적인 대안은 아직 없다. 올해부터 혁신학교로 운영되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혁신학교 지정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더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학생 수가 줄어드는 가천교육공동체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발전해 갈지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군것질이 뭐예요?
1일 오후 가천초등학교 교정에서는 아주 색다른 장면이 연출된다. 학부모들이 ‘학교 앞 구멍가게’를 여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학부모들이 직접 만든 호떡과 떡볶이를 팔 계획이다. 가격은 1,000원~1,500원 정도.
학부모들이 학교 운동장에 구멍가게를 차리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경험(?)을 주기위한 것. 가천초 아이들은 학교 앞에 구멍가게가 없어 군것질 경험이 없다는 것이 유미순 회장의 설명이다.
유 회장은 “부모님 차를 타고 대형마트나 큰 슈퍼에 가서 과자를 사먹는 대신 직접 돈을 지불하고 과자 등 군것질 거리를 사보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며 “학부모들과 상의해서 빨대과자 등 소위 ‘불량과자’도 한번쯤 팔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구멍가게는 매달 2번 수요일에 열 계획이며 수익금은 연말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한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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