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조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전주국제영화제가 고석만 전 집행위원장의 사임을 시작으로 대폭 달라질 전망이다. 조직개편에 대한 의지가 뚜렷한 가운데 오랜 시간 내홍을 겪고 있는 영화제가 제 갈 길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주시는 26일 고석만 전 집행위원장의 사표가 5월 31일자로 수리됐으며 이를 계기로 조직을 비롯한 전반적인 부문에 대한 의견을 수렴, 지난 16년과는 전혀 다른 체제로 거듭나겠다고 전했다.

최락휘 신산업성장본부장은 “16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비슷한 조직을 유지하는 건 아닌 거 같고 성과도 좋지 않았다. 칸, 베니스 같은 세계적인 국제영화제들의 비결이 뭔지 살펴보고 여러 입장도 들어보면서 돌파구를 모색코자 한다”고 취지를 전했다.

조직의 경우 잘못된 권한행사 구조를 바로잡는데 초점을 맞춘다. 현 실권자인 프로그래머가 전문위원으로서의 작업만 하고 집행위원장과 부집행위원장, 사무처장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자는 것.

제도를 현실화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야 할 신임 집행위원장 선임은 지난 16일 이사진 간담회를 통해 공모 대신 추천하는 걸로 가닥을 잡았으며 늦어도 7월 말까지 채용한다.

지역 출신이어야 한다, 아니어도 된다 등 자격요건에 대한 목소리가 여럿이지만 비적격성과 대폭 오른 급여, 부적절한 처신으로 도마 위에 오른 전 집행위원장의 행보를 고려했을 때 업무에 대한 의지와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집행위원장이 맡은 바를 제대로 수행했다면 프로그래머들이 힘을 갖거나 후원 및 협찬이 턱없이 줄어든 문제들을 사전에 막았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예산운용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바 회계팀장으로 공무원을 파견키로 확정했고 급여가 기준 없이 대폭 상승하거나 이에 대한 책임소지가 불분명한 것과 관련해 명확한 봉급기준을 마련코자 한다.

핵심 실무진임에도 4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비어있는 사무처장직은 집행위원장이 뽑힌 후 진행된다. 7월 말로 사실상 공모가 어려워 추천될 가능성이 높다. 집행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만큼, 마땅히 하는 일이 없다는 비난이 일었던 부집행위원장직과 겸해 구조상 프로그래머 위에 자리하면 어떻겠냐는 입장도 있었다.

부집행위원장직은 집행위원장을 도와 광고나 협찬 같은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해나간다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며, 전문위원으로 조직에 대한 아무런 권한이 없음에도 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프로그래머들은 아트 디렉터로 명칭을 변경, 정해진 직무에만 한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사진은 소폭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이사진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8명의 이사진 중 공무원을 제외한 4명은 많게는 15년부터 적게는 8년까지 장기간 맡아와 정체될 수 있고,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핵심인력들의 월급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대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등 책정된 예산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것.

조직은 상시운영코자 하는데 사실상 개최기간 열흘과 준비기간 4개월만 움직이고 간판 프로그램인 ‘전주 삼인삼색’도 촉박하게 촬영돼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여겨서다. 남은 6개월에는 돈을 벌거나 위상을 높이는 식으로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사안에 집중해 장기적으로는 독립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독립, 대안이라는 정체성에 유연성을 가지거나 영화제 자체 지분을 크게 늘리고 자회사를 마련하는내용을 전했으나 목표한 20회까지 실현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최 본부장은 “결정된 사안들이 아니다. 다각도로 여론을 수용해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차근차근 바꿔가겠다. 체제 개편해 365일 일하는 영화제로 일궈가겠다”고 덧붙였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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