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이어준 인연이다. 서로 모르는 사이였지만 아이들을 위해 만나다 보니 오래전부터 알았던 사이처럼 한마음이 됐다. 시간이 흐르니 아이 키우는 재미가 큰 즐거움이 됐다. 내 아이, 네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보듬어 가는 엄마들의 이야기다.

▲ 한울타리 회의 모습

23일 오후 완주 소양철쭉작은도서관. 소양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 모임인 ‘한울타리’ 회원 몇몇이 모여 앉았다.
“올 여름방학 기간 아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려면 우리 엄마들이 보건증(건강 진단 수첩)을 발급받아야 된데.”(정미자)
“무슨 보건증? 왜?”(김은미)
“애들에게 급식을 만들어 주려면 요식업 종사자와 마찬가지로 건강 진단이 필요하데. 우리가 집에서 해 오는 음식이지만 학교 공간에서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식사라서 그렇다고 하네.”(정문경)
“보건증을 발급받으려면 절차가 제법 복잡할 텐데. 전주시내 덕진보건소에서 발급받아야 한다니 시간도 걸리고. 어쩌면 좋지. 의견들 얘기해봐”(나현순)
“그럼 이렇게 하게. 다음달 우리 모임 정기회의 때 정식 안건으로 붙여 다른 엄마들 얘기를 들어보게. 그 날 보건증 발급 등 여름방학 급식 제공에 대해 서로 얘기해 보면 방향이 정해질 것 같은데.”(정은주)
“그래 아직 방학까지는 시간이 꽤 남았으니까 이 문제는 다음달 정기 모임 때 다시 의논하는 게 좋겠네.”(박정남)
이날 회원들은 방학을 하면 학교 급식 대신 식당 밥을 먹는 아이들에게 집밥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놓고 의논을 하는 중이었다. 매달 첫 번째 화요일 저녁에 만나는 정기모임은 아니지만 ‘밥 한번 먹자’는 정문경 회장의 제안에 시간이 되는 회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것이었다.
회원들은 지난 겨울방학 동안 아이들에게 집밥을 제공했던 터라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잘 알고 있지만 건강 진단 수첩 발급은 더 많은 의견수렴이 필요해 보였다.
‘한울타리’는 소양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들 자생 모임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소양면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소꿈사)’의 회원이란 점이다. 소꿈사의 청소년 문화 자치 공간인 ‘들락날락’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양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시골학교지만 아이들을 행복하게 잘 키울 수 있는 학교로 만들어 아이들 교육 때문에 고민하는 도시의 학부모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찾아오는 학교, 그런 학교말이에요”
회장을 맡고 있는 정문경씨에 따르면 소양초등학교, 나아가 소양지역을 아이들 교육에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지역으로 만드는 일에 회원들의 정성이 지극하다고 한다,
지난 2014년 새학년을 앞두고 의기투합한 14명의 한울타리 회원들은 각자 자기의 자녀뿐 아니라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작은도서관을 중심으로 방과후 아이들을 위해 공부방을 운영했다. 소꿈사와 연계, 주 5일간 회원들이 강사로 나서는 재능기부를 통해 아이들과 함께 했다. 또한 그동안 이루어졌던 여러 활동을 통해 초등학생뿐 아니라 소양 중학생들도 한 가족처럼 오고갔다.
그 결과 아이들이 지역에 긍정적인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다.
소양 토박이로 초등학교 3학년짜리 아이를 둔 정미자씨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람들 눈에 잘 안보이는 구석진 곳에서 나쁜 행동을 하던 청소년 아이들이 사라졌어요. 또한 작은 도서관 간식 나눔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우리들이 동네 어른이고 후배인 누가, 누구 누구의 아들이라는 것도 자연스레 알게 되자 아이들의 행동이 조심스러워 졌어요. 이 작은 변화가 나중에 큰 변화를 몰고 오기를 희망하고 있어요”라며 이 과정의 보람을 전했다.
지난 겨울방학때 학교 급식대신 식당에서 밥을 사먹어야 되는 아이들을 위해 마련했던 간이 급식과 함께 미술, 구연동화, 북아트, 풍선아트, 요리 등 다양한 활동시간을 마련해 아이들과 함께 했던 기억들도 한울타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밖에 침침했던 도서관 내부를 회원들 재능기부를 통해 새롭게 단장하고 학교에 벤치 설치하는 것, 도서관 도우미로 봉사하기 등등 회원들 손길과 눈길이 안가는 것이 없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학부모들이 이렇게 연결돼 있다 보니 학교와 아이들을 놓치는 사각지대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왕따가 없다. 또한 아이들 문제가 어른들 갈등이나 학교측과의 갈등으로 번질 소지가 전혀 없다.
교육을 통해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건강한 공동체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와 소양중에 다니는 자녀를 둔 나현순씨는 원래 계획은 몇 년 살고 이사를 가는 거였는데 더 오래 눌러 살기로 했다고 한다. 이유는 단 하나, 아이들이 행복해하기 때문이라며.
/이병재기자·kanadasa@

<기고> 변화하는 이이들 모습에 행복

▲ 정문경 한울타리 대표

안녕하세요. 완주에 위치한 소양초등학교 학부모 대표입니다.
전 큰애가 막내와 띠 동갑으로 큰애 둘째를 다 키우고 막내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맘이랍니다.
첫째 둘째 때는 경험이 없어서인지 여러 가지 실수도 많고 무조건 학원만 많이 보내면 좋은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막내를 키우다 보니 학원만이 능사는 아니더군요.
우연찮은 기회에 소양에 이사를 와서 벌써 6년째 살고 있는데 너무 좋은 마을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특히 아이들 키우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랍니다.
시골이라는 특성 때문에 병설유치원에 넣을 때부터 많은 고민도 하고 또 초등학교에 넣을 때도 마찬가지로 시내로 보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 그래 가까운 곳으로 보내자 하는 마음에 소양초등학교에 보내게 되었습니다. 벌써 저희 아이가 5학년이 되었으니 시간이 금방도 가네요.
저희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꾸준히 운영위원으로 활동은 했지만 그런지 많은 활동을 없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작년부터 학부모대표를 맡아서 2년째 활동을 하는데 하다 보니 학교와 많은 대화를 하게 되고 또 한울타리라는 모임을 만들어서 학부모들과 학교와의 소통에 원활하게 이루어 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엄마들과 선님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서 우리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 어떤 환경에서 공부를 시킬 것인지, 수시로 의논하고 논의해서 학교 도서실을 예쁘게 꾸민 일, 예산문제로 힘든 돌봄 식사를 준비했던 일, 오후 도서도우미로 여러 맘들이 활동한다든지, 많은 일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학교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아이들의 변화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너무 보람되고 기쁩답니다. 흔희 자모모임하면 수다 떨고 밥이나 먹는 그런 모임이 아닌 정말 실속 있고 알찬 아이들에게나 학교에 도움을 꿈꿀 수 있는 그런 모임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맘들이 힘을 합해서 있어요. 앞으로도 더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정문경 ‘한울타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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