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강천산

녹음이 짙은 8월. 여름도 이제 막바지에 들어서고 있다.
아직 휴가를 나서지 않았다면, 울창한 숲과 수려한 산경, 그리고 흐르는 계곡소리를 들으며 여름의 끝자락을 느낄 수 있는 ‘순창 강천산’으로 떠나보자.

▲국내 최초 군립공원 강천산군립공원
수려한 산세와 기암괴석이 수십 리에 이르고, 깊은 계곡을 만날 있는 강천산군립공원은 1981년 1월 7일 국내 최초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강천산군립공원은 크게 자연보호지구·자연환경지구·취락지구·집단시설지구로 나뉜다.
강천산은 용천산으로도 일컬어지고, 광덕산, 산성산과 맞닿아 있는데,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릴 정도로 자연 경관이 뛰어난 것이 특징. 산세가 높지 않고 웅장하지도 않지만, 사계절 내내 끊이지 않고 흐르는 계곡의 맑은 물과 빼어난 봉우리는 눈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더욱이 다가오는 가을에는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아기단풍이 장관이다. 산 입구와 해발고도 300m 능선에 각각 호수도 놓치지 말자.
15개가 넘는 크고 작은 계곡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관광객들이 계속해서 찾아오는 강천산 군립공원은 순창 상인대를 비롯한 신선대, 병풍바위, 범바위, 어미바위, 부처바위, 비룡폭포, 구장군폭포 등 이름난 곳이 많아 둘러보기에 좋다.
봄이면, 진달래?산벚꽃이 흐드러지고, 가을에는 아기단풍이 손을 내민다. 다가오는 가을, 활엽수가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단풍을 보러 가는 것도 좋을 듯.

▲가파른 산행길, 계곡의 장관을 만나다
강천산에 오르다보면, 차분한 오솔길을 따라가는 산행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선사한다.
신라 도선국사가 지었다는 산의 이름은 풍수지리상 옥을 굴리는 아름다움을 지닌 계곡이라는 뜻을 가진다. 산에서 흘러내리는 두 곳의 물줄기는 섬진강과 영산강을 만드는 뿌리가 되는 곳.
산행의 입구에서부터 만나는 ‘병풍폭포’는 지나치기 힘든 강천산의 아름다움을 대변한다. ‘병풍폭포’의 가장 큰 매력은, 기암절벽에 병풍을 치듯 넓은 물살을 흩날리며 떨어지는 모습. 40여 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두 갈래의 시원한 물줄기는 이곳에 몸을 씻는 사람의 지나온 잘못을 씻어준다는 전설이 있다. 여분의 옷을 준비했다면, 계곡으로 풍덩 빠져보는 것도 산행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
병풍폭포를 만났다면, 용소에서 시작해 580m 높이의 강천산 정상까지 1km 남짓의 산행을 하면서 계곡을 가로지르는 현수교를 건너보자. 50m 높이로 하늘을 가르듯 놓여있는 구름다리는 눈 아래로 강천산 전체를 담는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질 것이다.
가파른 산행길을 걷다보면, 정상의 전망대는 산성산과 광덕산이 어우러지는 주변 경관을 한 눈으로 담는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강천산 깊은 곳으로 호수처럼 맑은 물을 담는 저수지를 지나 돌아오는 길에 삼한시대 이 땅을 지킨 아홉 장군의 영혼이 서려 있다는 구장군폭포의 장관이 당신을 반겨줄 것이다.
이제 가을이 오면, 그 어느 곳의 단풍보다 진한 빛을 오래 간직한다는 ‘애기단풍’의 붉은 빛을 만날 수 있다. 가을 산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강천산으로 향해보자. 구창군 폭포에서 입구까지 건강에 좋다는 맨발 산행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매표소 근처에 마련된 작은 주머니에 신발을 담고 오롯이 자연과 어우러져 보자.

▲자그마하지만, 내력은 깊은 ‘강천사’
강천산 입구에서 발을 한 걸음씩 내 딛다 보면, 강천사에 다다른다. 계곡을 끼고 두 세 차례 다리를 건너며 산을 향해 보면, 오른쪽으로 대웅전과 요사 등 너덧 채의 당우가 늘어선 ‘강천사’를 마주할 수 있다.
신라 진성여왕 1년(887)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강천사’는 지금은 몇 명의 비구니가 지키는 자그마한 절이지만, 내력은 깊다. 고려 충숙왕 때는 열 두 개의 암자를 거느린 큰 절로서 천 여 명의 승려들이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그 때의 건물들은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탔지만, 그 후 선조 37년(1604)에 소요대사가 재건하고, 여러 차례 중수를 거치며 내려오던 것이 한국전쟁 때 모조리 재가 되어버렸다. 현재 있는 건물은 모두 근래에 지은 것들이다.
현재 만날 수 있는 옛것은 전북도 유형문화재 제92호로 지정된 오층석탑 뿐인데, 그나마 지붕돌들이 많이 파손돼 보기 민망한 모습으로 남겨져 있다.
고려 충숙왕 3년(1316)에 덕현선사가 강천사를 증건할 때 세운 이 탑은 임진왜란 당시 경내의 모든 건물이 완전히 타 없어지는 난리통에도 그대로 남아 보존되어 오다가 한국전쟁 때 부서져 넘어졌다고 전해 내려온다.
굽이굽이마다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강천계곡을 돌아보며, 지금은 옛 것을 잃어버렸지만 여전히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강천사’를 둘러보는 것도 의미 깊은 산행길이 될 것이다./박세린기자?ice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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