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화장실에서 몰카를 찍은 대학생이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전주지법 제4형사항소부(재판장 부장판사 박헌행)는 1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권모(25)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선고유예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권 씨는 지난해 9월 18일 0시 46분께 도내 모 대학교 여자화장실에서 칸막이 위로 손을 뻗어 옆 칸에서 용변을 보던 A(19)양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권 씨는 원심 재판부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형을 선고하자 자신이 촬영한 카메라에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영상정보가 입력되지 않아 기수(범죄의 구성 요건이 완전히 성립)로 볼 수 없다며 항소했다.

실제 권 씨가 당시 화장실에서 촬영한 사진은 전체가 검은색으로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사진이다. 또 수사기관에서 권 씨는 자신이 촬영한 사진에 아무 것도 안 나와 바로 삭제를 했다고 진술했고, A양도 자신의 모습이 권씨의 휴대전화에 찍혔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권 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권씨가 A양의 신체를 촬영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권 씨가 A양을 촬영대상으로 특정해 화장실 칸막이 위로 손을 뻗어 카메라 셔터를 누른 행동이 A양의 신체 촬영을 위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행위라고 판단하고 공소장 변경 없이 직권으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미수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용변을 보고 있는 피해자의 모습을 촬영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그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면서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당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 점 등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백세종기자·103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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