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통의 맛, 오색으로 유혹하다

<농업이 미래다: 전주 국수 명가 '송철국수'> 황성조 기자l승인2015.12.22l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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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 생산이 적었던 우리나라에서 면요리는 생일, 혼례 등 잔치에 사용됐던 특별음식이었다. 국수는 길게 늘어진 모양으로 생일에 수명이 길기를 기원하고, 혼례에서는 결연의 길이를 원하는 뜻으로 쓰였다. 70년대까지 전성기를 이뤘던 전주시내 국수공장은 라면이 등장하면서 하락기를 걷기 시작했다. 이제는 소비가 크게 줄어 전주에서는 '송철국수'를 포함, 단 2곳 공장만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전통국수를 생산하는 공장은 '송철국수'가 유일하다. 손맛이 독특한 밀가루 반죽으로 유명한 '송철국수'는 70년동안 차별화된 맛을 지켜오고 있다./

◆70년 한결같은 전통의 맛

국수 공장을 3대가 이어 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1946년 경 일제의 징용으로 강제노역하다 돌아온 송철승씨는 전주 남부시장에서 '송철옛날국수' 공장을 시작했다.
애초에는 일제강점기 시절 송철승씨의 누이 남편이 운영했는데, 해방 후 이 공장을 이어받아 '송철승국수'라는 상호로 명성을 얻어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 송철승씨가 1972년 사망하자 당시 막 제대한 아들 송현귀씨가 사업을 이어받으면서 '송철옛날국수'로 상호를 바꿔 새롭게 운영해 왔다.
73년 전주남부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공장을 현재 동완산동으로 확장 이전한 후, 전주시청에 서둘러 사업자등록을 진행하다 보니 이름이 '승'자가 빠진 '송철국수'로 정해졌다.
지금은 3대 송진우 대표(33)가 가업을 이어 '송철국수'를 운영하고 있다.
송현귀 2대 사장은 "지난 힘든 일을 생각하면 아들이 이 일을 물려받는게 우려스러웠다"며 "하지만, 최근 가업을 물려받아 발전시키는게 유행이고, 아들 또한 이 일을 재미있어 하고 발전시키고 있으니 물려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3대 송진우 대표도 "70년 전통의 장점을 이어받고 새로운 것을 접목시킨다면,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가업을 이어받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결같은 전통방식의 국수 만들기는 70년을 넘어 오고 있다.

◆화려했던 국수 전성시대

70년대는 국가에서 분식을 장려했다.
식당 또한 매주 1회 분식의 날로 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으니 국수 수요가 많아져 전주 시내에서만도 20여곳의 국수공장이 번창했다.
70년부터 80년대 중반까지 먹고 살기 어려운 서민층이 많았던 시절 '송철국수'는 전성기를 누렸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직원만 6~7명 이상일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밀가루 반죽 등이 기계화·자동화된 이후 현재는 2~3명의 직원과 함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기계화와 함께 소비자들의 식생활 문화가 변했고, 대기업이 싼 가격에 국수를 대량으로 뽑아내면서 한 때 전북지역에 수십개 이상 성행했던 공장은 5개 정도로 줄었고, 20개 정도였던 전주시내 국수공장도 현재는 단 2곳 뿐.
그나마 최근 우리밀을 사용한 국수공장이 개업해 2곳이니, 전통과 역사를 지켜온 국수공장은 전주에서 '송철국수'가 유일한 셈이다.
하지만, 70년 전통과 역사 때문인지 전북지역 국수 도소매시장은 물론, 각 국수전문점과 대전, 대구, 담양 등 타도에까지 납품하고 있다.
현재는 월간 약 20여톤, 연간 200톤 이상의 밀가루를 사용하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송진우 대표는 "내 가족이 먹는다는 사명감으로 정성을 다해 전통 국수를 만들고 있다"고 새롭게 각오를 다진다.

◆미래의 힘도 과거의 경험에서

송진우 대표에게는 3대째 이어오는 경험과 지혜, 판매망이 가장 큰 자산이다.
국수 맛은 반죽과 건조 과정에서 결정된다.
삶고 행궈 요리하기에 반죽에서의 염도 조절이 중요하고, 건조 과정도 여느 공장과는 다르다.
역사가 있는 만큼 계절과 날씨 등에 따라 반죽과 건조를 다르게 하는 노하우가 있는 셈이다.
자동화된 대형 공장은 스팀으로 단시간에 국수를 건조하지만, 이곳에선 선풍기 바람으로 서서히 말려 면발이 쫄깃하고 밀가루 냄새가 없다.
단골들이 "역시 이맛이야"를 연발하는 이유다.
때문에 전주의 유명한 국수집은 물론, 완주군 용진면의 유명한 시골집 국수도 '송철국수'를 고집한다.
축적된 경험과 판매망이 '송철국수'가 현재를 달리고 있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전통방식은 포장에도 남아 있다.
습도 유지에 좋은 한지로 면을 감싸 마무리하는 고집은 수십년 단골들에 대한 신뢰의 표식이다.

◆더불어 필요한 의지

송진우 대표는 "담양에서 새싹보리나 버섯 등을 가져와 국수에 섞어 생산해 주기를 부탁한다"며 "타 지역 농업법인이나 농협 등에서 OEM 생산을 주문하는 것은 '송철국수'의 신뢰와 기술력 때문일 것"이라고 자긍심을 보인다.
최근에는 더욱 많은 곳에서 '송철국수'에 건강 식재료를 함유한 샘플링 국수 제작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
이에 3대 송 대표는 흑미(군산), 자색고구마(익산), 뽕잎(부안), 콩(완주), 쌀(김제)가루 100%를 섞어 오색국수를 만들었다.
지역농산물 애용과 함께 천연색소 대신 건강에 유익한 재료를 이용해 단골들에게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온 제품이다.
전라북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침체된 국수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자세도 훌륭한데, 새로운 선물세트를 개발하는 등 젊은 감각으로 마케팅을 다양화하고 있어 송 대표의 앞날이 기대된다"며 "쌀 소비율까지 높이려는 노력에 농업기술원에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가업을 이어받은지 몇년 되지 않았지만, 할아버지 대부터 이어온 고집이 국수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기존 자료와 논문까지 찾아가며 연구하려는 젊은 대표의 노력하는 자세에서 '송철국수'의 미래를 볼 수 있다"고 덧붙인다.
송 대표도 "전통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시 한 번 국수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국수 제조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한다.
매실, 귀리, 단호박 등 다양한 기능성 국수의 시도 또한 3대 송 대표의 몫이다.
결국, 전라북도가 4년간 전북관광기념품 100선을 지정할 계획으로, 올해 이 중 25개를 선정했는데, 여기에 '송철국수'가 '좋은날 국수' 이름으로 출품해 선정됐다.

◆'송철국수'의 미래

국수는 생일 및 혼례 잔치에서 장수와 결연을 기원하는 식품으로 사용돼 결혼식 답례품으로도 적당한 상품이다.
특히, 전북농기원이 최초 개발에 성공한 식량 품종 '신토흑미'를 섞어 만든 '흑미 쌀국수'의 반응이 좋아 최근엔 여기에 더 집중하고 있다.
'신토흑미 쌀국수'는 국물에 색이 덜 우러나 깔끔하고, 안토시아닌도 타 흑미 품종에 비해 3.5배 이상 많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국수로, 도농기원이 개발해 '송철국수'에 기술 이전한 제품이다.
70여년 역사와 전통으로 소비자들의 입맛과 반응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3대 송대표는 '송철 흑미 쌀국수'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타 칼라국수보다 건강한 선물세트를 저렴하게 생산함으로써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전북관광기념품에 선정된 이 선물세트는 선물용이나 답례품으로 서울 및 보험회사에 전량 납품되고 있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올 봄 생산을 시작한 칼라국수로만 11월까지 1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부가가치까지 몇배 높으니 이만한 효자상품이 없다.
겨울 비수기라는 계절적 요인 및 소비침체의 영향으로 매출이 소폭 떨어지고 있지만, 여름 성수기가 오면 연 평균 매출은 금방 회복한다.
송 대표는 관광객들에게 전주 쵸코파이만큼 알리고 싶어 홍보 방법을 찾는게 중요한 목표다.
나중에는 국수의 역사 및 제조방법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장을 만들고 싶다는 열정도 보인다.
최근엔 무료급식소, 치매노인보호소, 연탄은행, 결식아동돌봄센터 등에서 봉사하는 재미를 붙였다.
송 대표는 "처음엔 공장에서 많이 보유한 국수로 봉사활동에 나섰는데, 하다 보니 기분이 좋아져 정기적으로 현장에 참여해 국수 봉사를 하게 됐다"고 말한다./황성조기자

 

기고:  현장맞춤형 연구의 결실‘검정쌀국수’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송은주 농업연구사

고려말 문헌에 ‘우리 고려인은 습면(濕麵)을 먹는 습관이 있다’라는 기록이 있는데, 그 당시에는 밀이 매우 귀해서 일상식이 아닌 귀족들의 결혼식, 회갑연, 제례 등과 같은 행사일에 먹는 특별식이었다. 또한 그날 먹는 음식 중에서 길이가 가장 긴 까닭에 장수 또는 신랑 신부의 결연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 국수는 주재료로 메밀가루가 가장 많이 사용되다가 1945년 이후 수입밀가루가 많아지면서 여러 가지 밀국수요리가 대중화되었고, 최근에는 국수시장에도 다양화 바람이 불면서 컬러와 기능성을 겸비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전북농업기술원에서는 자체 육성한 흑미벼인 신토흑미의 소비촉진과 가공연구 개발상품의 빠른 시장진입을 위해 국수 생산업체와 연계한 흑미쌀국수를 현장접목형 연구로 추진했다. 그래서 3대째 전주 남부시장에서 국수를 제조해 오면서 국수 메니아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송철국수를 방문해 제작을 부탁하게 됐는데, 이 때 만난 송진우 사장(3대)이 너무 젊은 사람이라서 한 번 놀랬고, 대화중에 나오는 국수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과 애정에 다시 한 번 놀랬다. 그는 뼈 속까지 ‘누들맨’이었다.

국수보다는 라면을 좋아할 연령의 사람이 아버지의 가업을 잇기 위해 공장에서 국수를 수없이 만들면서 현장에서 몸으로 배우고, 논문과 인터넷 등에서 자료를 찾아 지식을 쌓아가면서 진정한 누들맨이 되었으리라. 또한 기존의 국수업체와는 다른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궁리하고 고민하면서 틈새를 찾아 계속 두드린 결과, 올해 전북농업기술원에서 기술이전 받은 검정쌀국수를 포함한 컬러국수 선물세트 출시로 매출도 급성장하게 됐다.

앞으로 송철국수와 같이 가업을 잇는 업체가 많아지게 하기 위해서는 전북농업기술원과 같은 연구기관은 새로운 품종육성과 가공기술을 개발하고, 농가는 안정적인 가공원료 확보를 위해 노력하며, 가공업체는 제품 생산과 판매를 잘 운영해 소비자가 우리 농산물을 믿고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러면 우리 모두의 소득향상은 물론, 지역경제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황성조 기자  food2dri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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