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청이 올해부터 도내 모든 초등학교에서 일제평가 방식의 중간·기말고사를 전면 폐지하고 성장평가제를 도입한다. ‘참학력’을 내세운 도교육청의 정책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살펴봤다./편집자 붙임

전라북도교육청은 초등 성장평가제도에 대해 ‘줄 세우기 평가가 아닌 학생의 성장을 돕는 평가를 통해 참학력을 신장시키고 평가 결과에 대한 적절한 정보 제공과 추수 지도를 통해 학생 교사 학부모가 소통하고 함께 성장하는 평가제도’라고 개념을 밝혔다.
  이와 함께 현행 일제식 중간·기말고사 중심의 평가방법은 서열과 결과 중심 평가로 학생 개개인의 성장을 돕는 데 한계가 있고, 선택형과 단답형 위주의 단순 암기 중심평가로 참학력 신장에 어려움이 있으며, 교사별 교육과정 운영이 다르고 배움과 성장의 속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평가 도구를 활용함으로써 강의 중심의 수업 형태를 벗어나지 못해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 
  전라북도교육청은 이에 따라 일제평가 형식의 중간?기말고사를 폐지하는 대신 학습의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 체제로 전환하고, 교사별로 수업의 과정 속에서 교과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수행평가를 내실화하여 평가와 함께 수업의 질을 제고하도록 했다.
  또한, 단위학교의 합의에 의해 평가에 따른 결과를 수시 또는 정기적으로 학부모에게 알리고, 학부모 상담 및 공개수업 주간 등을 통해 교과별 교사의 첨삭이 들어간 다양한 활동 결과물 등 평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학생의 성장과 발달에 대한 안내와 소통을 충실히 하도록 했다.
  초등 성장평가제 시행에 따라 단위 학교에서는 초등 성장평가제를 위한 학교 공동체의 공감대 형성과 함께 각 교과별 교육과정 및 학교의 특성을 고려한 학교의 평가 계획을 수립하고 평가 시기 및 방법, 평가 결과 알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하도록 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평가 개선을 담은 초등 성장평가제가 단위학교에 안정적으로 정착 될 수 있도록 홍보자료 제공 및 교원 연수, 찾아가는 컨설팅 등을 지원하기 위해 초등 교원 50여명이 참여하는 초등 성장평가제 평가지원단을 구성하여 홍보 자료 제작과 함께 컨설턴트 역량 강화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같은 성장평가제를 실제 적용한 학교도 있다. 주인공은 정읍 소성초등학교다. 전교생이 47명으로 소규모인 이 학교는 2012년까지만 하더라도 1년에 4차례씩 꼬박 꼬박 중간, 기말고사를 치렀었다. 7명의 교사들은 교육과정과 수업이 학생평가와 괴리되는 등 문제점이 발생하자 평가 방법을 개선하자고 머리를 맞댔다.
  우선 2013년에는 연간 4차례의 일제고사를 2회로 줄이고 선다형 시험으로 점수제를 유지하되 수행평가를 동시에 시행하면서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운영하고 수업과 학생평가 개선에 관한 교사 독서토론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등 방법 찾기에 나섰다. 학부모에 대한 평가통지 방식은 학생들의 성장정도를 알 수 있도록 자세히 기술하였다.
  이 같은 실험을 토대로 2014년부터는 일제식 평가를 전면 폐지하고 수행평가, 서술형 평가 등 교사별 자율성을 대폭 확대했다. 더 이상 학생들의 성적을 점수와 서열로 매기는 것은 사라졌다. 일제고사가 없어진 자리엔 상시평가가 차지했고,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정도가 중시되기 시작했다.
  학기 초 일제평가 방식으로 치러지던 진단평가 대신 진단 기간을 설정하여 3월 한 달 간 수업 활동 중에 평가하였으며 상시로 이루어지는 과정중심의 수행평가 역시 점수화, 서열화를 하지 않았다. 학부모에 대한 평가통지 역시 성취기준을 바탕으로 인지적 요소와 비인지적 요소, 학생의 성장과 발달 정도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여 안내하였고 아이들의 성장에 필요한 부분은 학부모의 조력을 요청하는 한편 교육상담활동을 강화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기고>
초등 성장 평가제, 학부모는 두렵다.

전주중산초는 2014·2015년도에 4학년만을 대상으로 이미 일제식 고사의 부분폐지(중간고사 미실시)를 실시했다. 기존의 수행·상시 평가를 강화하고 그 결과를 학부모에 통지·환류 하였다. 2개년동안 실시한 결과, 학부모들은 숫자(혹은 점수)로는 설명할 수 없는 ‘구체적’인 내 아이에 대한 정보에 만족감을 나타내었고, 더 ‘구체적’인 정보에 목말라하였다. 타 학생과 비교하지 않아도 되니,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고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녀와 함께 학교생활과 학업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였다.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을 숫자로 측정·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부분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가에 집중하게 되면서 관찰과 지원에 힘을 기울이게 된다. 개별 학생에 대하여 관찰하고 도움을 준 사실에 대한 기록을 정리하다보면, 수치화된 점수로 학생을 인식할 때와 판이하게 다른 이해의 깊이와 수준을 체감할 수 있다. 학생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긍정적인 교사-학생 관계로 이어진다. 이 지점에서 교육의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시험보고, 점수가 나오면 학생을 서열화 시키는 것이 교사입장에서도 훨씬 쉽고 간편한 평가방법이다. 하지만 시험을 보고나면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기말고사 후에 곧 방학에 들어가는데, 학생 한 명 한 명을 붙잡고 3월에 틀린 문제에 대하여 다시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할 리 만무하다. 일제평가의 폐지와 함께 상시평가로의 전환은 그 시간과 기회의 확보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시험을 위한, 시험에 의한 수업이 사라진다. 교사 또한 옆 반 성적과 비교되고, 모든 과목에서 100점을 맞은 학생의 숫자가 종종 교사의 능력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시험 기간에는 중·고등학교에서와 마찬가지로 문제풀이 연습이나 교과서 복습시간이 연달아 이루어진다. 이러한 환경에서 교사가 자신의 철학을 담은 수업을 펼치거나, 학생이 중심이 되는 수업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시험이 족쇄가 되어 수업을 발목잡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일제식 평가의 폐지는 이러한 교육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고로 평가의 전환은 교육의 본질이 학생의 성장에 있고, 그 본질로 돌아가려고 힘쓰는 것이다. 평가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경쟁 구도로 몰아넣어 점수에만 집중하는 현상에서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지원의 기회를 최대한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학생이 중심이 되는 수업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은 빨리 빨리 성장하기 위해 우수인재를 걸러 내야하는 산업사회 맞춤 평가를 벗어나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는 미래 사회에서 필요한 개별화 교육의 시발점이라 생각한다. 반대할 이유가 없을뿐더러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일제식’ 평가가 폐지되는 2016년도는 전라북도교육에 있어서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는 선언적인 해로 기억될 것이다.
/김소라<전주중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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