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양봉연구회는 불과 1~2년 전에 설립됐다. 그동안은 결성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다국적 FTA체결로 인한 수입산 꿀 등 선진 양봉제품의 범람이 국내 양봉업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퇴직자들이 비교적 관리가 쉬운 양봉업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교란되고 있다. 남원양봉연구회 결성은 필연이었다. 연구회 박준호 회장(66)에게 남원시 양봉산업의 현재에 대해 들었다./

◆남원양봉연구회

남원양봉연구회 박준호 회장은 지난 2009년 농협에서 퇴직한 다음해부터 고향에서 양봉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15년 1월 3년 임기의 양봉협회 남원시지부장을 맡게 된 박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남원양봉연구회를 조직했다.
과거 좀처럼 모이기 힘든 양봉업자들이었다.
그러나 뉴질랜드 및 동남아시아 등 양봉강국들과의 FTA체결로 인한 수입꿀 증가와 함께 최근 급격히 늘어난 귀농 양봉업자들로 인해 위기감을 느낀 농가들이 모였고, 초기에만도 100명이던 회원수가 올해는 130명으로 늘었다.
특히, 회원들은 기술 발전 및 품질 향상만이 살 길임을 인식, 연구모임에 적극적이다.
그 결과, 남원양봉연구회는 지난해 10회의 밀원기술교육을 받았고, 다량 채밀법, 프로폴리스 생산 기술, 봉침 기술, 제품 상품화 기술, 디자인 및 판로에 대한 정보공유 등이 이어지자 회원 개개인의 부가가치도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박준호 회장은 "최근 양봉 제품들이 건강식으로 인기를 끌면서 기존 전업·겸업농을 비롯, 기관·단체 퇴직자들까지 양봉산업에 뛰어들고 있다"면서 "양봉산업을 제대로 알고, 기술로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제안하자 과거 유명무실했던 양봉연구회에 회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결국, 남원양봉연구회는 지난해 양봉사육 기술교육, 현장교육, 연말평가 등을 거쳐 생산력을 높였고, 기자재 공동구입 및 회원간 정보교류로 생산비 절감 및 판매고 향상을 이뤄냈다.
이에 남원시 농업기술센터 또한 교육강사 지원 및 현장교육 보상금 지원, 꿀·화분·프로폴리스의 양봉조합 납품 및 직거래 지원 등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기 시작했다.
박 회장은 "벌이 사라지게 되면 꽃이 열매를 맺지 않아 인류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이론은 정설이다"며 "낭충봉아부패병으로 한봉벌이 전멸하다시피 한 지금 양봉농가는 우리나라 벌 산업을 이끌면서 농사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역할도 하고 있는 셈이다"고 연구회 존재의 이유를 설명했다.

◆박준호 회장

남원시 산동면 부절리의 박준호 회장은 사실 지난 1970년 께부터 약 15년간 양봉 농사를 경험한 배테랑이다.
당시는 대두병(한 되 분량) 꿀이 3,000원, 설탕 3kg에 1,200원이던 시절이어서 양봉에 설탕을 활용할 엄두도 못낼 때였다.
이 때와 지금의 양봉 기술은 천지차이라는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단지 밀원(꽃)을 찾아 열심히 벌치기만 했던 때와는 제품 종류 및 품질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게 사실이다.
지금은 양봉을 할 경우 꿀과 함께 화분, 프로폴리스, 봉독, 로열제리, 밀납초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야 하고, 또 개개인의 제품 품질도 수출이 가능할 정도로 경쟁이 심해졌다.
결국,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되는 만큼 연구회 결성은 필연이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박 회장마저도 양봉농사를 지을 수 있는 규모는 봉군 50군에서 100군 사이다.
그나마 반경 3~4km 정도 안에 밀원이 충분해야 100군 양봉이 가능하다.
꿀벌의 활동 범위인 반경 3~4km 내에 어느정도의 밀원이 있느냐에 따라 벌통 수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회원들 중에는 400군~700군 정도를 기르는 농가가 있는데, 이는 꽃 종류별 개화시기를 따라 이동하는 방식이어서 가능하다.
수익은 밀원 분포도 및 회원들의 기술 등 여러가지 여건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만, 보통 양봉의 경우 50군당 연간 평균 약 2,000만원, 경비가 많이 소요되는 이동 양봉의 경우 약 2,500~3,000만원의 수익이 창출된다.

◆고부가 양봉 제품

양봉연구회 회원들이 가장 많이 생산하는 것은 당연히 꿀이다.
꿀은 밀원(꽃) 종류에 따라 향과 색이 달라지는데, 아카시, 밤꽃 등이 주요 밀원으로 선택된다. 이들 나무는 좁은 군락으로도 많은 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최근 인기가 급상승한 제품이 프로폴리스 관련 제품이다.
프로폴리스는 벌들이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벌통 위에 막 형태로 형성해 놓은 천연물질로, 모든 동물 및 식물에게 천연항생제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벌통 내부온도가 높음에도 벌들에게 병이 생기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로폴리스는 나무, 풀, 꽃에서 나오는 수지에 꿀벌의 침과 분비물 등을 섞어 만든 것으로, 각종 균으로부터 면역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토피와 피부 발진 등이 생기기 쉬운 연약한 피부에도 효과적이다.
수지는 나무가 분비하는 탄화수소로 된 진으로, 나무가 스스로의 상처를 보호하거나 곤충과 균을 죽이는 데 활용하는 것이 발견된 것이다.
과거에는 그냥 버려지던 것이었지만, 이제는 큰 수익을 내주는 제품이다.
프로폴리스 관련 제품은 현재 수입산과 국내산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다음은 '봉독'이다.
꿀벌의 산란관에서 나오는 독액은 신경통·류머티즘·요통 등에 효과가 좋아 민간요법으로 많이 이용된다.
꿀벌 1마리당 봉독은 극미량밖에 채집할 수 없고, 꿀벌의 스트레스로 꿀 채집량도 크게 줄게 돼 쉽게 시도하는 채취 제품은 아니지만, 제약회사에서도 높은 가격에 수매하는 양봉산업의 최고가 제품이다.
최근에는 가축 설사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축산농가에서도 많이 찾는다. g당 납품가만도 40만원을 넘어간다.
또 왕유(王乳)라고 불리우는 로열제리는 꿀벌 중 일벌이 유충을 기르는 시기에만 분비하는 유상물질이다.
일벌의 유충에게 4일간만 먹이고, 주로 여왕벌을 기르기 위해 저장하는데, 이것을 먹은 여왕벌은 약 120만개의 알을 낳고 일벌의 20배나 장수한다.
이 때문에 로열제리는 예로부터 불로장수, 정력의 묘약으로 알려져 있다.
강장 ·강정 ·영양제로, 또 피로·권태·쇠약·빈혈·체질개선·갱년기 장애·성기능부전·피부미용·노화방지 등에 애용된다.
이밖에 벌집으로 만든 밀납초는 요즘 절에서 주로 사용되는 필수품이 됐고, 여왕벌 산란을 늘려 분봉 및 분양으로도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고부가 양봉 제품이 다양화되고 있는 것이다.

◆남원양봉연구회의 발전

남원양봉연구회의 기술 축적은 현재 진행형이다.
박 회장이 회원농가에 전수한 기술은 프로폴리스 발효액 제조 기술이다.
99.9% 프로폴리스 원괴를 가루내 주정과 섞은 후 발효과정을 거쳐 증류수 20%와 섞어 최종 상품을 만들어낸다.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중간에 한지에 거르는 기술도 연구회에 전파됐다.
또 여름철 밤꽃이 지고 나면 여왕벌이 산란을 중단하는데, 이 때 화분, 효모, 대두박, 설탕 등을 섞은 벌먹이용 떡을 공급함으로써 이른 봄인 것처럼 착각을 줘 다시 산란을 시작하게 한다.
이 기술은 또한 가을철 추가 꿀 채취 및 분봉에 필요한 방식이다.
이와 함께 일벌이 많을 경우 기존 여왕벌을 인위 분가시켜 분봉군을 만들기도 하는데, 채밀을 포기하면 4~5개의 추가 봉군을 만들기도 한다.

◆어려움

최근 각종 화목보일러가 유행하면서 농가에서 무분별하게 아카시 나무를 베어내 양봉농가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아카시는 꿀 생산의 대표적인 밀원이고, 참나무는 화분 생산에 최고인 나무인데, 농가에서 땔감으로 이들 나무를 쉽게 베어낸다는 것이다.
산림조합에서 산림가꾸기사업으로 밀원을 늘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에 농촌진흥청에서는 부안군 위도에서 건강한 벌을 생산·분양하기 위해 많은 아카시를 심고 있다.
또 벌집속을 파고들어 산란하거나 파괴하는 진드기와 가시응애의 방제기술을 쉽게 만드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다.
특히, 지자체별 보조사업 규모가 모두 틀린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풀어야 할 큰 과제다.
현재 경상도 지역은 양봉 관련 보조금이 많아 다양한 제품 생산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진안군도 지난해 양봉농가에 2억5,0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한데 이어 올해는 4억5,000만원을 투자해 벌통 및 소초광 등 양봉농가 기자재 구매를 지원할 예정이다.
양봉은 신선하고 안전한 식량 공급 및 생태계 보존·유지에도 큰 역할 해 친환경 축산물의 새로운 고부가가치 소득 작목으로 기대된다는게 지원 이유다.
그러나 타 시군에 비해 고지대인데다 밀원이 많고 양봉농가도 많은 남원시에서 책정된 규모는 연간 1억원이다.
타 작목을 기르는 농가의 매출액 및 농가수와 비교해서도 형평성에서 한참 부족한 액수다.
남원양봉연구회가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 벌통 등 기자재를 공동구매하는데도 턱없이 부족하단 것이다.
박준호 회장은 "타 작목이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형평성을 맞춰 양봉농가를 지원하는 정책 의지가 필요하다"며 "양봉농가가 농업인이면서도 생태계를 유지하는 공익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기온 상승으로 인한 말벌의 확산세도 큰 골칫거리이다. 말벌 1마리가 꿀벌 1군을 죽이기도 한다.
박 회장은 올봄에만 말벌을 약 150마리 정도 포획했다.
지난해 봄에는 30~40마리 정도였다.
그러나 2015년~2016년 사이 겨울에 추위가 없어 말벌이 굉장히 많이 살아남았다. 요즘은 폭염에 말벌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
아울러 교장, 면장, 파출소장 등을 퇴직한 사람들까지 쉬워 보이는 양봉산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치열해지기만 한다.
그러나 잘 닦여진 시스템이 없는 농사가 또 양봉업이다.
이래저래 남원양봉연구회가 풀어가야 할 과제들은 많다.

◆미래

소비는 한정된 반면, 양봉농가 수가 급증하고 있어 남원양봉연구회 회원들의 경쟁력 확보는 더욱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수입산 제품이 가장 큰 문제다.
베트남산 꿀이 kg당 2,300원에 수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경쟁력에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구조가 됐다.
또 지난해 제과점에서 벌집꿀을 판매하다 부정한 재료가 포함돼 양봉농가 전체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
그래서 박 회장은 회원들에게 "가격보다 품질로 경쟁하자"고 강조한다.
양봉산업이 우리 농업에서 사라져서는 안될 분야인 것은 확실하다.
이에 박준호 회장은 "회원들이 생산한 제품이 규격화되고, 기자재, 제품 포장, 디자인 등을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원도 필요하다"며 "정부·기관·지자체 등이 양봉농가 지원을 위해 공동 노력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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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조직은 농업의 경쟁력이다
                                  

 남원시 농업기술센터 김연주 농업정보담당

품목별 농업인연구회는 동일 작목을 재배하고 생산하는 농업인들이 협업경영을 통해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집단지도로 농업인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농가소득을 배가하며, 삶의 질을 향상시켜 어려운 농업?농촌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자 하는 사업이다. 지금 전북 농업?농촌은 원자재가격 상승과 농업인의 고령화로 농업생산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농산물 시장 개방과 국제환경 변화에 따라 우리농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농업과 농촌에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는 농촌지도사업 중 역점사업으로 품목별 농업인연구회를 육성하는 등 지역농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남원시 농업기술센터에서는『작지만 강한 농업 한국 농업의 변화를 주도』한다는 기치 아래 품목별농업인연구회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남원시에서는 뜻을 함께하는 농업인들의 품목별연구모임 28개회에 1,5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연구회 활동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함께 배우고 나누며 정보공유를 통한 조직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참여자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활동 할 수 있는 것은 관계기관에서 예산지원, 방향제시, 문제점 해결 등 조력자 역할을 다 해주기 때문이다.

남원시에는 동부산악권 중심의 특성을 살린 양봉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양봉산업은 경영비가 적게 들고 자본회수가 빠르고 순소득이 높아 타산업과 차별성을 가지면서도 미래 녹색성장을 이끌 수 있는 1차산업 분야 중 하나다. 꿀벌은 자체적으로 먹이를 수집 저장하기 때문에 사료비가 적게 들고 노동력이 크게 요구되지 않아 고령사회에서 산업적 가치는 크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에 대비한 밀원식물 발굴 및 증식, 친환경 병충해 관리, 다양한 양봉산물의 식의약 산업화, 2차 산업화를 위한 벌꿀에 대한 신뢰도 회복과 다양한 포장제 등 브랜드 개발 또한 필요하다.

우리나라 벌꿀생산액은 줄어들고 있다. 생산량 감소 원인은 2002년 이후 아카시 나무의 황화현상으로 인한 밀원감소와 이상저온, 일조량 감소 등으로 꿀벌의 개체 수 감소, 생산제품의 다양화 미흡 등이다. 이로 인해 생산농가들은 많은 어려움을 격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양봉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기 위해 남원시에서는 양봉연구회를 2014년 결성해 지역 양봉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토록 하고 있다.

또한 ‘작지만 강한 농업인 육성 프로젝트‘에 따라 현장교육을 통한 우량양봉 육성, 봉침, 프로폴리스 생산과 함께 SNS 카카오스토리 마케팅 등 스마트 시대에 맞춘 사이버 교육 등을 통해 경영능력을 강화시키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도록 지원하고 있다. 『 남원시는 어둠을 탓 하기 보다 한자루의 촛불을 켜 』라는 명언처럼 농업의 현실을 탓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품목별 연구회 육성으로 남원시 농업의 미래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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