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2016-2017시즌 V리그가 지난 27일 한국전력-우리카드의 경기를 끝으로 정확히 반환점을 돌았다.

전반기를 돌아보면 남자부에서는 올 시즌 첫 도입된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의 영향으로 팀간의 전력차가 해소된 점이 눈에 띈다.

전력 평준화 속에 접전이 늘어나고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뀔 정도로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사라진 전반기였다. 공격종합에서 상위권을 국내 선수들이 차지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여자부에서는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IBK기업은행이 3위로 추락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대표팀에 이어 KOVO컵까지 숨 돌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한 주포 박정아와 김희진이 얼마나 체력을 회복하느냐가 반등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왕따설'에 휘말리며 홍역을 치른 6위 도로공사와 차상현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5위 GS칼텍스가 후반기에 반등을 이뤄낼 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 특급 용병 떠난 남자부…토종 거포가 판도 가른다 = 전반기 남자부의 최대 화두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이었다.

V리그는 지나치게 높은 외국인 선수의 몸값을 낮추고 국내·외국인 선수 간 공격 점유율 격차를 줄여 다양한 전술을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트라이아웃 제도를 도입했다.

트라이아웃 제도로 특급 용병이 사라지고 국내 선수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팀마다 토종 선수들의 활약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남자부는 28일 현재 현대캐피탈(승점 38)과 한국전력(승점 35)이 나란히 13승 5패를 기록하고 있지만, 승점 차이에 따라 1, 2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로 대한항공이 12승 6패, 승점 34로 3위에 올라있다.

세 팀 모두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의 조화가 가장 잘 이뤄졌다. 현대캐피탈은 팀 내 주포 역할을 맡은 문성민과 레프트 톤 밴 랭크벨트-박주형, 센터 신영석-최민호, 리베로 여오현, 세터 노재욱까지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한다.

한국전력 역시 전광인-아르파드 바로티-서재덕이 연쇄 불꽃타를 터트리며 선두 경쟁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은 김학민과 신영수, 곽승석, 정지석 등 국가대표급 국내 선수들로 구성된 두터운 선수층이 장점이다.

4위 우리카드(9승 9패·승점 28)는 풀세트 접전 5경기에서 2승 3패로 낮은 승률을 보인 점이 아쉽다. 20살 외국인 선수 크리스티안 파다르가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다 보니 고비 때 결정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편이다.

5위 삼성화재(7승 11패·승점 26)는 '돌아온 에이스' 박철우가 군 복무를 마치고 합류하면서 반전을 일으키는 듯 보였으나 박철우 복귀 이후에도 2승 5패에 그치며 '봄 배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KB손해보험은 하현용과 손현종의 부상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5승 13패, 승점 17로 6위에 머무르고 있다.

8연패 수렁과 함께 최하위 추락의 아픔을 맛봤던 OK저축은행은 지난 25일 삼성화재를 3-2로 꺾고 기사회생했다. '디펜딩 챔피언' OK저축은행이 후반기에는 달라진 전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문용관 KBS N 해설위원은 "한 경기만으로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OK저축은행이 삼성화재전에는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거의 되찾은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레프트 송명근과 센터 박원빈이 돌아오고 새 외국인 선수 모하메드 알 하치대디가 합류했기 때문에 OK저축은행이 최하위에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박정아·김희진 부진' IBK기업은행, 3위 추락 = 여자부에서는 현대건설이 6연승을 질주하며 10승 5패(승점 29)로 선두 흥국생명(11승 4패·승점 32)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반면 KOVO컵 우승을 차지했던 강호 IBK기업은행은 박정아, 김희진 등 주축 선수들의 부진 끝에 충격의 4연패에 빠지며 8승 7패(승점 26)로 3위에 자리했다.

흥국생명의 상승세를 이끄는 건 역시 타비 러브와 이재영, 두 쌍포다. 러브와 이재영은 각각 득점 3위(375득점)와 6위(249득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재영은 올 시즌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격뿐만 아니라 리시브와 수비 부문에서도 1위에 오를 정도로 전천후 선수로 발돋움했다.

현대건설은 1~2라운드에서 5승 5패를 기록하며 썩 좋지 않았으나 3라운드에서 전승 가도를 달리며 2위까지 약진했다.

다만 국가대표 센터 양효진의 어깨 통증 등 불안요소가 잠재해 있기에 현대건설이 후반기에도 이러한 페이스를 이어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에도 전반기를 12승 3패로 마쳤다가 후반기 5승 10패로 무너진 경험이 있다.

IBK기업은행은 팀의 기둥인 '리우 듀오' 박정아와 김희진의 부진이 뼈아프다. 이정철 감독 역시 "모든 선수가 체력적으로 지쳐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IBK기업은행은 선수들의 체력 회복에 초점을 맞춘 뒤 플레이오프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그쳤던 KGC인삼공사는 돌풍을 일으키며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서남원 감독은 부임 이후 연습 경기 상대로 만만한 남자 중·고교 팀을 골라 '이기는 맛'을 알게 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는 굴러온 복덩이였다. 다만 KGC인삼공사는 공격력에 한계가 있어 상위권 도약까지는 무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5위 GS칼텍스와 6위 도로공사는 후반기 반전을 꿈꾼다.

이도희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GS칼텍스는 차상현 감독 부임 이후 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고, 보이지 않는 범실도 많이 줄었다. 서브도 많이 좋아졌다"며 "도로공사 역시 새 외국인 선수 헐리가 브라이언보다 훨씬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어 두 팀이 후반기에는 '다크호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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