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이철근 단장이 지난해 불거진 '심판 매수 사건'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전북 구단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4일 "이철근 단장이 구단의 모 기업인 현대자동차 본사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 터진 심판 매수 사건과 그에 따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박탈에 대한 책임을 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단장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결과가 나오기 이전부터 사임을 생각하고 있었다"며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려고 최근 구단 업무도 마무리 짓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단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전북의 스카우트였던 차모 씨가 2013년 2명의 심판에게 5차례에 걸쳐 총 500만원을 준 사실이 적발돼 부산지방법원에서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이다.

전북은 '심판 매수 사건' 때문에 지난해 9월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로부터 심판 매수와 관련해 '승점 9점 삭감, 벌과금 1억원 부과' 징계를 받았다.

이 때문에 전북은 지난해 다잡은 K리그 클래식 우승트로피를 놓치고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전북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달 AFC 독립기구인 '출전 관리 기구(Entry Control Body)'가 심판매수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전북의 2017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박탈했다.

전북은 곧바로 CAS 항소했지만 지난 3일 기각 판정을 받았고, 끝내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의 기회를 되살리지 못했다.

2003년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전북과 인연을 맺은 이 단장은 2005년 1월부터 12년 동안 팀을 이끌어온 '장수 단장'이었다.

이 단장은 최강희 감독과 호흡을 맞춰 두 차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네 차례 K리그 우승을 따내며 팀을 명문 구단 반열에 올려놨다.

이런 가운데 이 단장은 지난 5월 구단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의혹이 불거지자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구단의 책임자로서 적절한 책임을 통감하고 책임질 각오를 하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결국 스카우트가 실형을 선고받고, 이에 따라 구단도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징계를 받자 이 단장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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