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에 따라 메달이 가진 의미는 다를 수밖에 없다.

국제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의 '금맥'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트에서 동계아시안게임 동메달은 '만족할 만한 성적을 냈다'고 말하기 쉽지 않다.

반면, 메달이 귀한 바이애슬론에서 동메달은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 바이애슬론 대표팀은 김용규(24·무주군청)의 개인전 동메달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용규는 24일 일본 홋카이도현 삿포로 니시오카 바이애슬론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12.5㎞ 추적 경기에서 39분 58초 7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제까지 한국 바이애슬론이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수확한 메달은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가 전부다.

김용규는 국제대회(동계올림픽, 동계아시안게임, 동계유니버시아드, 세계선수권대회, 월드컵) 개인전에서 한국 남자 선수로는 처음 메달을 목에 건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그래서인지 25일 혼성계주 경기를 마치고 만난 김용규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경기 중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피니시 하면서야 실감이 나더라. 경기 중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격까지 집중한 결과 좋은 성적이 나왔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어제 바이애슬론 팀은 축제 분위기였다. 다들 너무 기뻐해 줬다. 즐거운 분위기였다. 메달 따고는 아버지께 가장 먼저 전화했다. 아버지도 울컥하시더라"고 말했다.

김용규가 처음 바이애슬론과 인연을 맺은 건 중학교 때다.

초등학교 때 스키와 접한 김용규는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활동하다 중학교에 진학하며 바이애슬론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평지와 완만한 언덕을 주행하는 크로스컨트리에 사격을 더한 게 바이애슬론이다.

대다수 선수는 크로스컨트리를 하다 바이애슬론으로 전향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선수에게 사격이 가장 큰 숙제다.

바이애슬론은 사격으로 과녁을 맞히지 못하면 시간이 추가되거나 사격장을 추가로 돌아야 한다.

숨을 헐떡이며 사격하다 보니 제대로 맞히기 힘든데, 김용규 역시 사격 보완이 필수라고 말한다.

그는 "스키 실력만 보면 아시아에서도 겨뤄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격에서 미스가 많다"고 인정했다.

바이애슬론은 한국에서 비인기 종목으로 취급받지만, 김용규는 "사실 알고 보면 정말 매력적인 종목"이라고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 중간 사격이라는 변수가 있어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승자를 알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북유럽은 바이애슬론의 인기가 엄청난데, 월드컵 등 큰 경기가 열리면 그 지역 주민들은 모두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용규는 "유럽에서 대회 나가면 관객의 환호 소리가 가장 크게 다가온다. 관객과 말은 나누지 못해도, 환호 소리로 교감한다는 게 느껴진다. 한국에서도 그런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에서도 자부심을 품고 운동하던 김용규에게도 큰 변화가 생겼다.

대한 바이애슬론연맹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며 러시아에서 특별귀화를 통해 4명의 선수를 데려왔다.

남녀 각각 2명씩 데려왔는데, 이중 남자 선수 1명은 아직 법무부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국제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팀 자리는 한정적인데, 기량이 뛰어난 해외 선수의 등장은 기존 선수를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그래도 김용규는 "솔직히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우리가 배울 건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합동훈련을 하며 우리가 배울 것도 있다. 선의의 경쟁과 윈윈하는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용규의 목표도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다.

현재 한국의 국가순위로는 남자 선수 1명 정도만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이곳 삿포로에서 한솥밥을 먹는 대표팀 동료가 잠재적인 경쟁자인 셈이다.

김용규는 "평창을 생각하면 남다른 느낌이 든다. 이제까지 운동한 시간도 그날을 위한 것"이라며 "책임감도 느껴지고, 욕심도 난다. 다른 대회와는 확실히 다르다"고 출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제 김용규는 26일 매스 스타트를 끝을 이번 대회를 마무리한다.

그는 "모든 경기에서 선수는 1등 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일단 후회 없는 경기, 그리고 스스로 만족하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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