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가서 야산에 숨겨진 보물을 찾던 추억의 놀이가 첨단 놀이로 업그레이드 돼 돌아 왔다. 지오캐싱(Geocaching). 십여 년전부터 국내에 보급된 지오캐싱은 최근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 GO’의 열풍 덕에 재조명되고 있다. 고급진 보물찾기 놀이, 지오캐싱을 소개한다.

  지오캐싱은 한마디로 ‘최첨단 보물찾기’다. 지오캐싱은 GPS를 활용한 놀이라는 점에서 ‘포켓몬 고’와 유사한 면이 있다. 휴대폰 GPS기능을 통해 장소가 확인된 지역에 가서 보물을 찾으면 되는 것이 ‘포켓몬 고’와 비슷하다. 차이는 ‘포켓몬 고’가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이라면 지오캐싱은 실제 현실에서 물건을 취할 수 있으며 지오캐셔(지오캐싱을 즐기는 사람)는 보물을 찾는 것뿐 아니라 직접 보물을 만들어 숨길 수 있다는 점도 다르다. 보물을 숨기고 남이 숨긴 보물을 찾는 재미는 지오캐싱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지오캐싱은 쌍방향 놀이다.
 

▲보물
  보물이 들어있는 상자를 지오캐시(이하 ‘캐시’)라고 한다. 상자 안에는 일반적으로 방문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로그북(logbook)과 다양한 크기의 교환 가능한 기념품이 들어 있다. 손톱 크기의 아주 작은 것(마이크로지오캐시)에서 스몰, 레귤러, 라지 등 여행가방 크기의 것까지 아주 다양하다.
  보통 1,000원 정도로 구입할 수 있는 기념품이 많이 들어 있으며 희귀한 동전, 화폐, 작은 장난감, 책 등도 보물로 이용된다. 캐시를 찾은 사람들이 이전의 기념품 등을 가져가고 대신 자신이 가지고 온 물건을 넣어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오캐싱 단계
  지오캐싱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고가의 GPS를 사용했으나 요즘은 GPS기능이 있는 휴대폰만 있으면 된다. 휴대폰이 준비 됐다면 Geocaching.com에 회원가입을 하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물론 캐시에 들어 있는 로그북에 기록을 남길 필기도구는 꼭 필요하다. 
  지오캐싱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Geocaching.com에 로그인 한 후 먼저 찾고자 하는 곳의 캐시 좌표를 다운로드 받는다. 캐시는 난이도가 각각 정해져 있다. 숨기는 사람들이 정해 놓은 난이도다. 찾기 어려운 정도로 1단계에서부터 5단계까지 있다. 전주 문화시설 마당 정도가 1단계라면 공터의 어디쯤에 있는 작은 시설물은 3단계 이상이 된다. 또 지형 난이도도 있다. 가령 전주시내라면 1단계 정도이며 3단계는 모악산을 제법 올라야 된다. 난이도에 따라 숨겨진 보물의 가치도 높아 질 수 있다.

  목표한 캐시를 골랐다면 GPS에 의지해 20미터 전까지 찾아간 후 주변지형을 살피고 캐시 크기를 고려해 설치자가 숨길만한 곳을 우선 찾아본다. 설치자의 설명, 사진, 다른 캐셔들의 경험담을 적은 로그 기록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 찾은 캐시에 담겨있는 로그북에 기록하고 기념품을 교환한 후 다시 원래대로 숨겨 놓으면 보물찾기가 끝난다.
  보물을 숨기는 일은 쉽다. 방수가 되는 적당한 크기의 용기 안에 로그복과 기념품을 넣은 후 생각한 장소에 숨긴다. 숨긴 위치 좌표를 기록해 캐시 크기 등을 설명과 함께 사이트에 올리면 된다. 이를 보고 또 다른 지오캐셔가 보물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지오캐싱의 활용
  실내에서부터 험준한 산악까지 가리지 않고 보물이 숨겨진 곳을 찾아가는 과정의 즐거움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캐시를 발견하는 성취감이 지오캐싱의 매력이다. 나들이의 재미를 갑절로 늘려준다. 산과 들, 바닷가, 시내 등 장소를 가지지 않고 즐길 수 있다. 또 ‘포켓몬 고’처럼 야외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레저라는 것도 강점이다. 물론 남녀노소 구별도 없다.
  현재 Geocaching.com에 접속해 전주지역을 검색하면 수십여 개의 점들이 나타난다. 모두 찾아야하는 캐시들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략 7,000개정도의 캐시가 숨겨 있다고 한다. 전주지역만 해도 70~80개의 캐시가 지오캐셔를 기다리고 있다. 한옥마을은 물론 덕진공원, 전북대 등에도 여러 보물이 산재해 있다.
  특히 지오캐싱은 국경이 없는 전세계적인 ‘놀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현재 캐시는 남극을 포함해 세계 7대륙, 100여개 나라에 130만여개의 캐시가 등록돼 있다. 전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지오캐셔도 약 5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장점을 지닌 지오캐싱의 가치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도 긍정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한다. 여기에 전북에서도 지오캐싱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김윤성씨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공원 홍보를 위해 지오캐싱을 활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북에서도 지오캐싱을 활용한 지역홍보마케팅을 고려해 보는 것도 유익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움말=김윤성 전주수병원 외과 과장
/이병재기자·kanadasa@

<인터뷰> 마니아 김윤성씨

▲ 김윤성씨

지오캐싱이 대중화되기 전인 지난 2008년부터 전국을 여행하며 캐시를 찾아다니던 김윤성(50)씨는 이 지역에서 몇 안 되는 마니아다.
  김윤성씨가 지오캐싱을 시작한 당시 전주지역에 숨겨진 캐시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제 기억에 당시 전주에 있던 캐시는 3개 정도 이었습니다. 전북도청, 좁은목 약수터, 오목대로 기억됩니다. 초창기여서 숨기는 것도, 찾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때였습니다. 장비도 지금처럼 휴대폰이 아니라 GPS를 따로 구입해야 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지오캐싱에 빠지게 된 것은 자체의 즐거움과 함께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레저라는 장점 때문이다.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이들과 함께 지오캐시를 찾기 위해 방방곡곡(?)을 다니던 기억은 가족들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만난 동호인들과 공유했던 끈끈한 유대감도 각별하다. 동호인들은 서로 지역을 방문하면 집에서 숙식을 제공하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또 지오캐싱의 확장성에 주목한 김윤성씨는 2013년 전주한옥마을 홍보에 접목시켜 주목을 받았다. 학인당 대표와 사전 협의를 거친 후 정원에 캐시를 숨겨 놓아 국내외 지오캐셔를 전주 학인당으로 유도하는 이벤트였다. 지금도 또 다른 문화시설에 캐시를 숨기기 위해 협의 중이다.   
  김윤성씨는 “당시 학인당 마당에 숨겨진 캐시를 찾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들도 전주 한옥마을을 방문했다”며 “지오캐싱이 유익한 레저로, 효과적인 지역 홍보수단으로 많이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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