皇華臺

이춘구의 세상이야기

13-풍전세류(風前細柳) 방정원융(方正圓融), 전북 몫 찾기의 원천

풍전세류는 바람 앞에 흔들리는 가녀린 버들가지라는 뜻이다. 전라도 인심, 지방색을 가리키는 말이다. 정도전이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 앞에서 8도 인심을 논하면서 전라도를 평가한 것이다. 전라도 중에서 특히 호남제일성 전주를 지칭한 말로서 전주천 능수버들을 생각하게 한다. 이 말로 우리 전주가 얼마나 피해를 봤는가? 대체로 눈치를 잘 보며 남을 속이기를 잘하고 면종복배하는 것으로 폄하하는 뜻이 강하게 유포되고 있다.

그러나 풍전세류는 영리한 전주 양반들이 학문과 국가정책 수립에 능하고, 풍류를 즐기며 질 높은 문화를 구가하는 말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태도가 옳다고 본다. 버들가지가 연약하지만 아무리 거센 태풍이 불어도 부러지지 않으니 신축적으로 임기응변하며 본질을 끝까지 지킨다.

거슬러 올라가면 660년에서 663년까지 벌어진 백제부흥전쟁의 중심 왕도도 전라도 특히 부안과 김제이다. 이로써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구국정신과 저항정신이 연면히 내려와 견훤백제 왕도이자 조선건국의 근본이 되는 고향이 됐다.

외적의 침략으로 나라가 위태로울 때에는 의병을 가장 많이 배출했으니 임진왜란 때 전주 출신 의병이 평양성을 탈환함으로써 나라를 구할 수 있었다. 남원성에서는 만여 명의 백성과 군사가 왜구에 대항하다 순국하였다. 장수 출신의 열녀 주논개는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뛰어들었다. 그래서 이순신 장군은 국가군저개고호남(國家軍儲皆靠湖南)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 즉 국가의 군사와 군수품이 모두 호남에서 나왔으니, 호남이 없었으면 나라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호남의 굳센 선비정신과 저항정신, 구국의 독립정신은 동학혁명에서 불타오르고, 대한제국 멸망 후 의병들의 항일독립 전쟁으로 계승되어 나갔다. 광복을 찾고 나서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민주화 투쟁을 거세게 이어가고 있다. 1970년대부터 펼친 민주화 투쟁의 중심은 전주였으며, 전주는 촛불혁명에서도 굳건하게 투쟁의 대오를 형성하였다. 이는 방정회통(方正會通) 즉 네모반듯하게 선비로서 처신하면서도 두루 어울리고, 원융무애(圓融無碍) 즉 원만구족하면서도 거리낌이 없는 호남정신의 정수를 실천하는 것이다.

필자는 풍전세류의 적극적인 해석이 절실하다고 생각하며, 그에 대응해서 방정원융을 전라도의 지방색, 인심이라고 강조하고자 한다. 진실로 전라도의 선비정신이 있었기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으며, 자유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도 냉철하게 판단하고 주도적으로 선거운동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도민이 각 당의 현장투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일은 전라북도 인재들이 크게 활약하고 새 정부에서 큰 역할을 맡는 것이다. 그동안의 방관자적 태도에서 벗어나 전략적으로 후보를 지원하고, 새 정부에 들어가 전라북도 몫을 제대로 찾게 해야 한다. 정말 그 어느 누구도 전라북도를 무시하지 않고 제대로 평가하며 전북 몫을 넘보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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