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는 전라도를 설치한지 천년이 되는 내년 10월 18일 전주에서 전라도 천년 기념식을 열 예정이다. 지난달 29일 나주에서 송하진 전북지사와 윤장현 광주시장, 이낙연 전남지사가 호남권 정책협의회를 열고 합의한데 따른 것이다. 광주는 2018년 새해 첫날 천년맞이 타종식을, 전남은 3월에 전라도 천년 가로수길 조성 기념식을 열기로 했다.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아 전라도의 자긍심을 높이고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기념행사라고 설명하고 있다.

새해 첫날 타종식과 가로수길 조성 기념식 등 형태는 각기 다르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전라도 천년 기념식을 전주에서 연다는 것은 이 지역을 전라도라고 부른 정도의 취지에 부합한다. 그러나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광주시 3개 시·도만 참여하고, 제주도가 빠진 것은 실수가 아닌가 싶다. 고려 현종 당시 5도 양계 지도를 살피면 제주도가 엄연히 탐라현으로서 전라도 관할에 있기 때문이다. 전라도는 제주도를 포함시켜야 온전한 전라도가 되는 것이다.

제주도 역사를 살피면 제주도는 탐라국으로서 독자성을 갖고 고대국가 시대에 백제, 고구려, 신라와 각각 교역한 것으로 『삼국사기』 등에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에 의해 백제가 663년 패전한 뒤 일본과 중국 당나라와도 외교관계를 맺었다. 고려 때부터 본국의 관리를 받으면서 현종 때에는 전라도로 편입됐다. 중간에 조금씩의 변화가 있었지만 1896년(고종 33년) 23부 13도제를 실시하면서 전라도 소속으로 확실해졌다. 제주도는 1946년 8월 1일 도제를 실시한 뒤 하나의 자치도로 분리됐다. 그러나 근래까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관할구역으로서 전라도와 인연이 이어졌다.

제주도까지 관할했던 전라도는 전주를 중심으로 남국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를 창조계승하고 있다. 전주는 정치와 행정, 경제의 중심으로서 제주도인들까지 두루 활동하는 무대가 됐다. 전주 출신 인사들이 제주도 기관장으로 가는 것은 당연히 고향 땅에 가는 것처럼 생각했다. 역으로 제주도 출신 인사들이 전주에 오는 것을 금의환향하는 것으로 여길 정도였다. 그러니 문화와 예술을 함께 즐기고 같은 전라도인으로서 연대의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호남권 정책협의회에서는 이 같은 역사성과 문화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제주도를 배제했다. 아니 호남권 정책협의회 구성원으로서 제주도를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전라도 정도 천년을 앞두고 이러한 문제를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일이 이 같이 된 것은 아마 정치권의 미시적인 접근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럴수록 전문 정책가들은 이를 바로 잡고 제주도를 전라권에 포함시켜야 한다.

전라도를 소아병적으로 정체불명의 호남권으로 축소하고 제주도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전라도 정도 천년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으로 본다. 전라도 정신은 정도전의 표현처럼 풍전세류(風前細柳)로서 적극적으로 포용하며 구애를 받지 않는 방정원융(方正圓融)의 창조정신이다. 내년 전라도 천년 기념식에는 제주도가 참여하는 대전라도(大全羅道) 정신이 발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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