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20일 발표한 군산조선소 회생대책은 당장에 군산조선소를 살리기 위한 대책으로는 크게 미흡하다. 7월 초부터 멈춰선 생산라인을 곧바로 살려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라북도와 군산시는 응급조처를 하고 다 죽어가는 군산조선소를 살려달라고 하는 데 정부는 미온적 평상적 대책만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군산조선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거듭 회생대책을 내놓겠다고 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은 현장에서 응급조처를 하라고 하는데 정부는 탁상에서 장기처방을 내놓고 손을 놓은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 대책은 우선 24억달러(2조7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활용해 선사의 신규 선박 발주를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선사가 노후선박을 폐선하고, 친환경·고효율 신규 선박으로 대체할 경우 선가의 10%가량을 지원해 발주 수요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2천억 원 규모의 조선업 구조개선 펀드를 운영하고, 추진 상황을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을 중심으로 한 합동 TF팀을 통해 점검할 방침이다. 이 같은 대책으로는 군산조선소의 위독한 상황을 곧바로 극복할 수 없다.

군산조선소의 가동중단 사태를 극복하려면 선사들이 신규 선박 발주를 서두르도록 독려해야 한다. 정부는 발표를 하고 선사들은 알아서 발주를 하라고 하는 것은 응급수술 상황에서 손을 놓는 것과 다르지 않다. 노후선박의 대체도 적극적으로 정부가 권유하고 신규 발주를 앞당겨 늘리도록 해야 한다. 2020년부터 선사들이 친환경선박을 운항하도록 돼있는데 이를 앞당겨 주문하도록 해야만 실효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일에 전라북도와 군산시, 군산조선소 모두가 정부와 힘을 합쳐서 당장에 건조할 수 있는 선박 물량을 확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 대책 발표에 앞서서 19일에는 방위사업청이 705억 원에 이르는 잠수함 개발 계약을 대우조선해양과 체결했다. 이는 군산조선소를 살리기 위해 군함과 경비선, 어업지도선 등 정부 선박을 우선적으로 배정해달라고 하는 우리의 갈망을 외면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군산조선소를 살리겠다고 하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이런 데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결국 위기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군산조선소 사태는 정글의 논리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와 경제논리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정치논리라고 하는 것은 직전 정부가 다른 곳의 조선소를 살리겠다고 잘나가던 군산조선소를 희생양으로 삼은 과오를 정치적으로 풀라는 주문이다. 경제논리는 해외시장 개척의 중심지로서 군산조선소의 본래 기능을 회복시키라는 주장이다.

전북 도민은 문재인 대통령의 진실성을 믿는다. 군산조선소를 살리고 전북경제를 살리겠다는 대통령의 그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하다. 정부 발표에 앞서서 대통령은 기대할만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희망을 주었다. 그러나 정부 대책이 군산조선소를 당장에 가동시킬 수 없다는 분석에 비탄을 금할 수 없다. 26일 군산을 방문하는 이낙연 총리가 당장에 군산조선소를 가동시킬 수 있는 대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이춘구(전북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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