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는 지방자치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시기였다. 1991년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다시 1995년에 지방자치단체장이 선거를 통해 선출되면서 우리나라도 비로소 지방자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니까 이 시기는 우리나라 풀뿌리 민주주의가 발전될 수 있는 획기적인 이정표가 세워진 때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중앙집권체제에 길들여진 국민들은 자치시대를 잘 실감하지 못했다.
  지방자치단체라는 이름도 이때부터 자주 듣게 됐다. 그 전에는 행정구역에 따라 특별시, 도, 시, 군이라고 불리던 행정기관들이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로 대체되게 됐다. 지역사회의 정치 행정을 중앙정부로부터 독립된 의사에 따라 처리하는 지방자치단체는 하나의 법인격을 갖춘 단체다. 지역 살림살이를 주로 하는데 주민이 직접 뽑은 대표자와 주민이 함께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하는 정치방식이다.
  하지만 이 지방자치단체라는 말은 어딘지 중앙집권체제의 잔영이 남아 있는 듯하다. 그보다는 더 적확한 용어는 지방정부다. 선진국들도 지방정부라는 말을 더 자주 쓴다. 지방자치단체라는 명칭은 이제 모두에게 꽤 익숙한 것이 됐음에도 지방정부라는 용어에 비해 어색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실태를 들여다보면 아직은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수준을 놓고 ‘2할 자치’라고들 하는 데 이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2라는 데서 나온 자조적 표현이다. 재정은 물론 인사권과 입법권 등의 8할이 중앙정부 손에 있고 나머지 2할만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여수에서 열린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칭하는 내용을 포함해 지방분권 관련 내용들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제2 국무회의를 제도화하고 4대 지방자치권도 헌법화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도 장기적으로 6:4로까지 바꾸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아울러 국가 기능의 과감한 지방이양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지방분권 개헌은 문재인 정부의 선거 공약이었다. 그런 만큼 구체적인 조치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다. 특히 지방정부라는 용어를 공식화 하겠다는 언급은 주목할 만하다. 그간 역대 정부가 하나 같이 분권과 권한 이양이라는 슬로건들을 내세웠음에도 지방자치가 제자리걸음을 한 데 비춰보면 문재인 정부의 이런 노력들이 도드라져 보인다. 물론 지방 주민 스스로 자치의식을 높이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