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를 잘한다고 소문이 자자한 한의원이 있었다. 워낙 환자들이 줄을 잇다보니 그를 찾는 이들은 오랜 시간 기다리기 일쑤였다. 의원의 부인이 이를 걱정하다 우연히 땔감으로 쓰던 풀 더미에서 맛이 단 약초를 찾았다. 부인은 직감적으로 이 약초가 환자들에게 이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기 순서를 지루하게 대기하고 있던 환자들에게 이 약초를 권했다. 신기하게도 병에 차도가 있었다. 나중에 의원이 이를 듣고 시험해보니 여러 방면에서 효과가 있었다. 결국 이 약초는 정식으로 약 방문에 오를 수 있었다.
  바로 감초 이야기다. 흔히 약방의 감초라고 하는 데 그만큼 이 약초가 어떤 약이든 간에 빠지는 법이 없다는 이야기다. 부작용도 없고 약효가 다양해서 한방에서는 자주 사용되는 약재다.
  약리 작용을 보면 참 다양하다. 모든 약의 독성을 조화시켜 약효가 잘 나타나게 하며 장부의 한열과 사기를 다스리고 모든 혈맥의 소통을 잘 시키며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는 게 감초의 효능이다. 구체적으로는 해독과 간염, 두드러기, 여드름, 습진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진해 거담과 근육이완, 이뇨 작용 등에도 좋다. 특히 독성 물질 제거 효과가 뛰어나 독소가 세포를 파괴하기 전에 복용하면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다른 용도도 있다. 근래에는 감초의 단맛을 활용해 과자를 만드는 등 식품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설탕에 비교해 무려 200배의 당도를 갖고 있다니 그럴 법하다. 또 소화기 분말의 원료로도 사용한다.
  이래저래 감초는 사람에게 아주 이익이 되는 식물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 감초의 추출물로 파킨슨병의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연구팀은 최근 신경세포 사멸 억제에 관여하는 RNF146 단백질의 발현을 유도하는 한약재 발굴을 연구했다. 이 과정서 감초 추출물인 리퀴리티게닌이 바로 이런 작용을 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파킨슨병이 뇌의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 사멸 때문에 발병한다는 점에서 이 추출물이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개발된 파킨슨병 약물들은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뿐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라고 한다.
  감초는 현대 의학에서도 주목하는 약초다. 염증과 바이러스, 궤양, 구강 내 박테리아 증식 억제 등등 많은 약효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언뜻 만병통치약 같은 느낌을 준다. 사실 한약재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감초의 약효는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이 분야에 더 많은 연구개발이 집중된다면 그 성과는 엄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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