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불타는 요즘, 마음도 한껏 가을가을하다. 소멸의 아름다움 속에 마음은 왜인지 모르게 나긋나긋해지고, 스산한 바람 맞으며 싸드락싸드락 걷고 싶어지기도 한다. 단풍이며, 은행이며 명소라 일컬어지는 곳을 찾아 나서면 아름다운 풍광보다는 사람에 더 치이는 지금, 조용히 걸으며 사색할 수 있는 가을빛 머금은 공간이 필요하다.
울긋불긋 오색 단풍과 은행잎이 소멸의 아름다운 빛을 뽐내는 전북대학교 캠퍼스가 답이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조용히 교정을 거닐어보자.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의 정취와 함께 명품 캠퍼스 둘레길도 한껏 가을을 머금고 있다.

▲ 조용히 걸을 수 있는 산책길

전북대에는 경계가 되는 담장이 없다. 정문에서 덕진공원까지 캠퍼스 외곽을 가로지르던 담장을 허물고 인도를 아예 대학 안으로 집어넣었다. 주변으로 나무를 심고 길 중간에는 지역민 누구나 예술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무료 갤러리와 버스킹 공연장, 쉼터 등을 만들었다. 대학과 지역이 공감하는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담아 ‘공감터길’로 이름 붙였다. 이 길의 시작점인 ‘들꽃뜰’은 도심 속에서 작은 숲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소나무 군락지인 이곳은 사실 봄에 피는 진달래가 아름답지만 복잡한 도심 속에서 조용한 오솔길을 만나볼 수 있는 이채로운 공간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 옛 정문 전에 빨간 빛을 내뿜는 무료 갤러리 ‘길 위에 레드박스’와 자유롭게 앉아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대학의 옛 정문부터 덕진공원까지 이어지는 1.05Km 구간은 누구나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무장애나눔길’로 조성되고 있다. 이 길은 11.4Km의 전북대 명품 둘레길로 이어진다.

▲ 지역과 대학이 共感하는 명품 둘레길

전북대는 드넓은 캠퍼스에 주변에는 45만 평에 이르는 건지산과 오송제, 덕진공원 등 풍부한 생태·자연 경관 자원을 갖고 있다. 이와 연결된 캠퍼스 명품 둘레길은 국내를 넘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자산이다. 전북대는 이 캠퍼스 둘레길을 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줄 세계적으로 가장 걷고 싶은 명품 둘레길로 조성해 시민들이 늘상 찾을 수 있는 으뜸 공간이 됐다.
이 둘레길은 가을의 아름다움을 가장 가까이에서, 그리고 복잡하지 않게 만끽할 수 있는 곳 중 최고다. 혼불 문학공원을 지나 걷다보면 단풍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숲길을 마주한다. 일반 청단풍과 중국단풍 등이 우거져 있는 이곳에는 시민들을 위한 벤치와 파고라 등이 설치돼 있는 둘레길을 찾는 이들이 화려한 풍광과 함께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늦가을, 마지막을 불태우는 빨간 단풍의 자태가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답다. 이곳을 지나면 등장하는 편백나무 숲길과 도심 속 생태 보고인 오송제 등의 아름다움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전북대는 이곳 건지산 수목원을 생태숲으로 조성해 학생 교육에도 활용하고, 이를 활용해 숲속 영화제 개최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숲속 강의실과 숲속 유치원, 숲속 도서관, 맞춤형 산림 치유시설 등도 조성해 지역민 누구나 찾을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 한국적 캠퍼스와 조화 이룬 가을을 만난다

전북대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지역과 연계해 대학에 한국적 요소를 결합시키는 이른바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스타일 캠퍼스 조성사업으로 국비 466억 원을 확보했고, 지방비와 발전기금 등으로 18개 사업에 556억 원을 투입해 큰사람교육개발원 겸 한옥정문과 법학전문학원, 국제컨벤션센터, 70주년 기념광장, 해미야미 한옥카페 등을 조성하고 있다. 이미 인문사회관을 한옥형으로 지어 학생 교육 등에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고, 곳곳에 전통형 거리를 조성했다. 본부 인근과 삼성문화회관, 박물관 앞 등에 조성돼 있는 전통형 정자는 가을의 고풍스러움을 배가시킨다.
지난 달 공사에 들어간 큰사람교육개발원 겸 한옥정문은 학생들의 교양교육을 책임지는 공간으로 한옥의 고풍스러움과 학생 교육, 그리고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인문대와 사회대, 상과대학 등에 이르는 길에 만들어진 데크길과 한국적 창호문 형태의 가로등은 가을색 옷으로 갈아입은 나무들과 어우러지며 새롭고도 고즈넉한 야경을 만들어낸다.

▲ 전북대 캠퍼스 안에서 만나는 가을

전북대 캠퍼스의 가을빛은 이미 지역민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붐비지 않기에 주말이면 시민들이 삼삼오오 가을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정문에서 대학본부 방향으로 들어오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데크길과 만난다. 데크길 초입에는 고즈넉한 한옥 정자와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가을빛을 뽐낸다. 데크길을 가로질러 인문사회관을 지나 상과대학 쪽으로 방향을 틀면 곧게 뻗은 노란 은행나무와 향연을 마주할 수 있다. 상과대학 앞으로, 혹은 옛 도서관 방향으로 뻗어 나가 있는 은행잎은 전북대 가을의 진면목을 선사한다. 이번 주가 가장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문대 2호관과 사회대학 건물 뒤편으로는 붉은 단풍잎이 노란 은행잎과 조화를 이룬다. 봄이면 벚꽃의 향연으로 물드는 상과대학 1호관 앞은 바스락 바스락 떨어지는 낙엽을 벤치에 앉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전북대는 전통형 거리 조성의 일환으로 곳곳에 작은 그네형 벤치 등도 설치해 조용히 가을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재탄생시켰다. 대학로와 인접한 박물관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개교 70주년을 기념해 조성한 연못이 정자와 조화를 이루며 가을을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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