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이 있다. 농업이 천하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큰 근본이라는 뜻이다. 현대 인류 문명을 이루는 데 1등 공신이 바로 농업이다. 사실 농업의 다원적 가치는 화폐 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농산물 생산이라는 본연의 기능 이외에도 농업 외적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한 연구에 의하면 농업 외적 가치는 농업 생산물 가치의 10배를 넘는다고 한다. 이래저래 농업은 사람들의 삶에서 근본이 된다는 데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농업의 현주소는 암담하다. 근대화 과정에서 농업 부문의 위축은 죽 이어져 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농업은 사양산업화 되고 말았다. 생산성이 뒤지는 데다 채산이 맞지 않는 천덕꾸러기가 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농업은 빈사지경이라고 할 수 있다. 비교우위 논리에 따라 대외 시장을 개방하면서 한국 농업의 설자리는 점점 더 좁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힘을 더하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자원과 식량 위기 그리고 환경 보전에 대한 요구 등으로 농업이 주목 대상이 됐다. 실제로 농업은 먹거리 공급이라는 본원적 기능 이외에도 에너지 공급 산업으로서 나아가 논밭이 갖는 천연적 만능 댐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또 토양 유실 방지와 유기물 분해, 수질 개선 등도 농업이 수행하는 역할이다.
  수년 전 경실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도시민들에게 농촌의 존재 가치를 물은 결과 생태환경 유지가 31.8%로 가장 높게 나왔고 농산물 생산이 31.2%를 차지했다. 다시 말해 농업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많이 개선된 것이다.
  최근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기 위한 국민운동이 점화됐다. 농협이 앞장서서 1000만 명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지난 1일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열린 ‘농업가치 헌법 반영 국민운동 추진 결의대회’가 그 출발점이었다. 주최 측은 농업이 농산물 생산 외에도 식량안보, 농촌 경관 및 환경 보전, 수자원 확보, 지역사회 유지, 전통문화 계승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만큼 그 가치를 헌법에 명시하는 데 옳다는 입장이다. 주최 측은 앞으로 대국회 건의문도 만들어 헌법개정 특위에 전달할 예정이다.
  농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선진국일수록 농업을 귀중하게 여기고 아낌없이 투자한다. 농업이 미래 성장산업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지원 정책은 정부 의존도만 키우는 등 현재까지는 제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없다. 농업 가치를 헌법에 명시하는 것은 그래서 긴요한 일이라고 하겠다. 1000만 명 서명 운동에 모두들 동참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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