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알코올 음료는 맥주다. 인류의 농경생활 시작과 더불어 탄생한 술이다. 보리를 싹틔워 만든 맥아로 즙을 만들어 여과한 후 홉을 첨가하고 효모로 발효시키는 게 제조법이다. 알코올 도수는 4-12% 사이로 그리 높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기원전 6000년 쯤 맥주가 처음 등장한 것으로 본다. 그리고 기원전 4200년경에는 바빌로니아 지방에서 맥주를 빚은 흔적이 있으며 기원전 3000년경에는 이집트에서도 맥주가 보편화 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이집트에서 맥주는 신에게 바치는 음료이자 임금을 지불하는 하나의 수단이었다. 이 양조 기술이 그리스 로마를 거쳐 유럽으로 전해졌다.
  유럽에서 맥주의 본고장이라면 독일을 꼽는다. 독일에서는 10세기 경 맥아와 물로만 만들던 맥주에 홉을 넣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맥주는 쌉쌀한 맛과 함께 향이 강해졌다. 획기적인 발전이었다. 독일은 또 16세기 바이에른 공국의 초대 왕 빌헬름 4세가 ‘독일 맥주 순수령’을 공포한다. 이 영에 의해 맥주 원료는 보리와 홉 그리고 물만 사용하게 됐다. 그만큼 맥주의 맛이 순수해진 것이다. 그리고 19세기에는 세계 최대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래저래 독일은 맥주의 대명사가 됐다.
  우리나라에서 맥주의 역사는 비교적 짧다. 1871년 청나라 주재 미국 공사 로우가 러시아 함대 사령관과 함께 군함 5척을 몰고 우리나라에 와 통상을 요구했다. 그 당시 군함을 방문한 우리나라 사람이 맥주 빈병을 한아름 안고 찍은 사진이 남아 있다. 아마도 최초로 한국에 맥주가 상륙한 시기일 것이다. 이후 일제강점기인 1933년 일본 삿포로 맥주와 쇼와 기린맥주가 서울 영등포에 맥주 공장을 세운 것이 맥주 대중화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
  요즘 우리나라 주류시장에서 수입 맥주 열풍이 거세다. 수입 맥주는 다양한 종류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는 매출에서 수입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국산 맥주를 넘어선 상황이다. 전체 맥주 시장에서 수입맥주의 점유율은 대략 12-13% 정도지만 이 비율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더욱이 올해부터 미국과 유럽산 맥주의 관세가 폐지돼 수입맥주 가격은 더 떨어지고 그만큼 인기도 높아질 전망이다.
  국산 맥주는 여러 모로 열세다. 맛이 밍밍하고 가격도 센데다 종류도 다양하지 못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 틈을 수입 맥주가 파고들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국산 맥주의 설자리는 계속 좁아질 게 틀림없다. 물론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업체에서 만드는 크래프트 맥주가 다양성을 더하는 중이지만 비중은 미미하다. 연구개발과 마케팅 강화를 통해 국산 맥주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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