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재료로 만들지만 가장 만들기 어려운 빵이 무엇일까. 답은 프랑스의 바게트 빵이다. 바게트의 재료는 밀가루와 물, 효모 그리고 소금이다. 다른 그 무엇이 들어가도 안 된다. 프랑스 법에 그렇게 규정돼 있다. 빵 맛은 가루의 풍미와 적절한 배합이 결정한다. 프랑스인들은 이 빵을 자신들의 상징의 하나로 여긴다. 프랑스인들의 98%가 매일 빵을 먹고 그 중 4분의 3은 바게트를 먹는다고 한다.
  바게트란 프랑스어로 막대기 혹은 몽둥이를 뜻한다. 그 말처럼 바게트는 가늘고 긴 모양이다. 재료가 간단하지만 맛은 그리 단순치 않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폭신하다. 제대로 구운 빵은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바게트의 유래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우선 나폴레옹이 병사들의 행군 시 주머니에 찔러 넣기 편하도록 길쭉한 모양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그런가하면 오스트리아의 팽 비에노아 빵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1839년 비엔나 풍의 제과점을 통해 파리에 소개되고 이것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제빵업자들의 근무시간과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원래 제빵업자들은 아침 시간을 맞추기 위해 심야근무를 했다. 그런데 법이 심야근무를 금지하자 빵을 빨리 익히기 위해 가늘고 길쭉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바게트 빵이 한 때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다. 1960년대 바게트의 수요가 늘자 공장에서 대량생산방식으로 만들어냈다. 반죽의 숙성시간이 짧아지고 그 탓에 맛은 싱겁고 구멍이 커서 금방 말라버렸다. 이렇게 되자 빵의 장인들 사이에 전통 방식으로 구운 바게트를 부활시키자는 움직임이 일었고 결국 그들의 뜻대로 바게트의 제 맛이 살아났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바게트를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얼마 전 “바게트가 전 세계에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우리는 바게트의 탁월함과 노하우를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바로 그 점 때문에 바게트를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미니크 안락트 제빵연합회장도 “바게트는 물과 소금 효모로 이뤄진 최상의 식품으로 에펠탑과 더불어 프랑스의 상징”이라며 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 자격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유네스코는 이미 한국 김치와 이탈리아 나폴리 피자 등 세계 각국 음식문화를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다. 프랑스도 2010년 이미 ‘미식문화’를 지정받았다. 우리나라 음식 가운데도 인류적 보편성과 독특함, 개성을 갖춘 음식들이 얼마든지 있다. 더 많은 연구 개발과 마케팅을 통해 우리 음식을 세계에 알리는 노력에 박차를 가할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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