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에는 철쭉꽃이 계곡을 메우고, 가을철에는 빛깔이 다양한 단풍이 계곡을 덮으며, 또 여름철에는 녹음 짙은 계곡 안에 삼복더위를 얼어붙게 하는 냉기가 감도는 남원 뱀사골계곡. 겨울에는 어떤 묘미가 숨어 있을까? 눈으로 덮인 뱀사골을 찾았다.

산행은 반선마을 지리산 전적 기념비가 있는 탐방 안내소에서 시작한다. 반선마을과 뱀사골 이름에 대한 유래가 독특하다.
전해오는 이야기는 이렇다. 1300년전 현 지리산북부사무소 자리에 송림사라는 사찰이 있었다. 이 절에서 1년에 한번 스님을 뽑아서 칠월백중날 신선바위 기도드리게 하면 신선이 되어 승천한다고 하여 매년 계속 스님을 뽑아 기도드리게 했다. 하지만 이를 기이하게 여긴 고승이 독약을 묻힌 옷을 스님에게 입히고 신선바위에 올라 기도드리게 했다. 그날 새벽 괴성과 함께 스님은 간 곳없고 계곡내 용소에는 용이 못된 이무기가 죽어 있었다. 이후 이 계곡을 뱀이 죽은 골짜기라 하여 뱀사골이라 부르게 됐고 억울하게 죽은 스님의 넋을 기리기 위해 ‘절반의 신선’의 준말로 마을을 반선(伴仙)이라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제2 야영장 입구를 지나 데크길을 선택한다. 직진 방향의 임도는 마을 주민 차량들이 이용하는 도로다.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염화칼슘과 모래를 많이 뿌려놓아 차량들은 쉽게 통과한다. 여름철이면 우렁찬 계곡물이 흐르겠지만 얼은 계곡물 위에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다. 드문 드문 계곡으로 내려가게 돼 있는 길을 따라 발자국이 어지럽게 나있다.
쉬엄 쉬엄 걷다보면 요룡대가 나오고 곧이어 천년송이 있는 와운마을과 화개재 등산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와운마을로 향한다. 여기부터 500미터 가량의 임도는 계속 오르막길이다. 구름도 누워지나간다는 와운마을은 천년송으로 유명한 마을이다. 지난 2015년에는 지리산국립공원에 있는 마을로서는 처음으로 ‘국립공원 명품마을’로도 선정됐다.
천년송은 부부 소나무다. 할아버지 나무와 할머니 나무가 20m 간격으로 마주 보고 있다. 마을에서 가까운 나무가 할머니송이다. 천년송은 우산을 펼쳐 놓은 듯한 반송(盤松)으로 나무형태가 아름답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서로 춤을 추는 듯 사이가 좋게 서 있다. 할매 소나무는 높이가 20m, 가슴높이 둘레는 6m이며, 사방으로 뻗은 가지의 폭은 12m에 이른다. 이 천년송은 2000년 천연기념물 제424호로 지정됐다.
눈밭에 꼿꼿하게 서있는 모습에서 마을 당산나무로써 주민들의 안녕을 지켜주기 충분한 든든함이 느껴진다.
천년송을 뒤로 다시 오던 길을 되짚어 내려가다 화개재로 향하는 길로 접어든다. 
눈이 소복하게 쌓인 계곡에는 어디가 소(沼)이고 어디가 폭포인지 알아낼 재간이 없다. 눈으로 하얗게 덮여 등산객 발자국이 만들어 낸 작은 길을 따라 낸 계곡 옆 등산로를 따라 올라간다.
얼어붙은 계곡이지만 간혹 옹달샘같이 계곡물이 흘러나오는 모양이 반갑다. 말라붙었지만 가지를 움켜쥐고 있는 색바란 단풍 잎새가 안타깝다.
반선마을에서 화개재까지 거리는 9.2㎞. 이날 목적지인 병소까지는 편도 약 4㎞ 정도다.
와운마을 갈림길에서 마을까지 대략 500m이니 반선~와운마을~병소~원점 코스라면 대략 9㎞ 코스다. 겨울 찬바람이 불지만 그게 무리되는 거리는 아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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