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부시(ambush) 마케팅을 우리말로 옮기면 매복 혹은 잠복 마케팅이다. 원래 앰부시는 매복했다가 습격한다는 뜻이다. 앰부시 마케팅은 그래서 스포츠 이벤트에서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서도 매복하듯 숨어서 후원업체 인상을 줌으로써 고객에게 판촉 하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스폰서십 비용을 들이지 않고 교묘하게 이벤트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 시작은 1984년 LA올림픽으로 본다. 당시 국제올림픽 위원회는 기업들을 상대로 스폰서 계약을 했다. 그런데 코닥은 후원금을 내지 않고 올림픽을 프로모션에 이용했다. 즉 올림픽 TV 중계 때 광고를 냈는데 그 슬로건이 ‘여름의 공식 필름’이었다. 내막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슬로건을 보고 코닥이 공식적으로 올림픽을 후원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홍보 효과를 톡톡히 거둔 것이다.
  이후에도 비슷한 일들이 이어졌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축구 대회 때에는 나이키가 이 방법을 썼다.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서도 파리 중심지에 대형 테마공원인 ‘나이키 파크’를 설치하고 무료로 개방함으로써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또 고객 참여형 오락물을 설치해 프랑스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는 데 성공했다. 그런가하면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에서는 SK텔레콤이 붉은 악마 캠페인으로 히트를 쳤다. 오히려 공식 후원업체인 경쟁사 KT를 압도한 것이다.
  이렇게 매복 마케팅은 저비용 고효율의 홍보 전략으로 각광을 받았다. 물론 국제올림픽 위원회나 월드컵 조직위 등 스포츠 단체와 공식 후원업체들의 반발이 거셌다. 결국 국제올림픽 위원회 등은 매복 마케팅을 금지하고 그럼에도 강행할 경우 소송을 벌이는 강수를 두었다.
  곧 열리는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도 매복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현재 5곳 이상의 기업들이 시정 권고조치를 받았다.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은 프로모션 진행시 올림픽 로고는 물론 ‘평창’이나 ‘올림픽’이라는 말을 못 쓰게 되어 있음에도 이들 기업들은 이를 어겼다. SKT는 올림픽 홍보대사인 김연아를 모델로 세워 광고를 하다가 적발됐고 네파와 아우디도 비슷한 이유로 제재를 받았다. 공식 후원사들은 “국가적 행사에 큰돈을 들여 후원에 나선 공식 파트너사들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어느 기업이 후원에 나서겠느냐”고 반발했다.
  자크 로게 전 국제올림픽 위원장은 “매복 마케팅을 규제하지 않는다면 후원이 없을 것이고 후원이 없으면 올림픽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제효과가 32조원이라고 하는 데 매복 마케팅을 하는 기업들이 불법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 스포츠가 마케팅 전쟁의 전장으로 변하는 상황은 상업화와 맞물려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한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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