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조속한 만남을 희망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오는 5월 안에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첫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옴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게 됐다.

또 북미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질적인 북한의 비핵화 방안에 대한 협상에 착수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방미 중인 정 실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후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 위원장과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만약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북한 지도자와 미국 현직 대통령의 사상 첫 만남이 된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고, 향후 어떠한 핵 또는 미사일 실험도 자제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며, 한미 양국의 정례적인 연합군사훈련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 도발을 재개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던 정 실장의 방북 결과 언론발표문보다 더 명확한 북한의 도발중단 의사표시여서 주목된다.

당초 정 실장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추후 백악관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구두로 전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의 방북 성과 설명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지나 하스펠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정 실장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리더십과 '최대의 압박' 정책이 국제사회의 연대와 함께 우리로 하여금 현시점에 이를 수 있도록 했다"고 평가하고, 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감사 뜻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또 "한국은 미국, 일본, 그리고 전세계 많은 우방국과 함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완전하고 단호한 의지를 견지해 나가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우리는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시험해보기 위한 외교적 과정을 지속하는 데 대해 낙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미와 우방국들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북한이 그들의 언사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때까지 압박이 지속할 것임을 강조하는 데 있어 단합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초청을 수락했다"면서 "회담 날짜와 장소는 추후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특사단과 문 대통령의 좋은 말씀에 대단히 감사해 한다"고 전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화 브리핑을 통해 "전세계가 기대하는 (회담) 결과가 나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무 회담 등 '낮은 단계' 회담을 건너뛰고 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 중 하나는 역대 대통령과는 다른 접근방식을 취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북정책은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초청했기 때문에 수락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윗을 통해 전격적인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 "큰 진전이 이뤄졌다"며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또 "김정은이 한국 대표단과 단지 동결이 아니라 비핵화를 이야기했다"며 "또한 이 기간에 북한의 미사일 실험은 없다. 하지만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의 트럼프 대통령 면담은 방미 첫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앞서 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을 이끌고 지난 5일부터 이틀간 방북했던 정 실장은 이날 오전 서훈 국정원장과 함께 워싱턴DC에 도착해 2박 4일간의 방미 일정에 들어갔다.

미국 도착 당시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이 확정되지 않아 9일 회동 가능성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맥매스터 보좌관과 대화를 나누던 정 실장을 집무실로 직접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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