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난민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난민들의 구조와 돌봄에 나서고 있는 구호 단체들에 감사를 전하고, 난민 위기에 눈 감고 있는 사람들의 위선을 힐난했다.
  교황은 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난민들을 위한 특별 미사를 집전, 난민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교황이 5년 전 람페두사 섬을 공식 방문했던 일을 기념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된 이날 미사는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구호 단체 관계자 등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바티칸과 로마를 벗어난 첫 방문지로 람페두사를 선택한 이래 난민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지속해서 드러내 왔다.
  이탈리아 최남단 섬인 람페두사는 이탈리아 본토보다 아프리카 대륙과 오히려 가까운 지리적 특성 때문에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유럽으로 가려는 북아프리카 난민들이 허름한 배에 의지한 채 몰려들며 지중해 난민 위기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꼽히는 곳이다.
  교황은 이날 미사 강론에서 "신은 우리의 눈이 형제와 자매들의 곤란을 직시하고, 우리의 손은 그들을 구하길 원한다. 또, 우리가 많은 사람의 침묵과 공모 속에 자행되는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며 난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평소에도 서방 국가들에 전쟁과 기아를 피해 정든 고향을 떠난 난민들을 따뜻하게 포용할 것을 일관되게 당부하고 있다.
  교황은 또 "자신들의 손을 더럽히길 원하지 않는 사람들의 위선이 존재한다"며 "우리와 마찬가지로 안전과 존엄한 생활 환경에 대한 권리를 가진 사람들에게 문을 닫고, 다리 대신에 실제든 가상이든 벽을 쌓는 행위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교황은 이어 "오늘날 난민 위기에 대한 상식적인 유일한 해답은 연대와 자비"라며 "너무 많은 계산을 하려 하지 말고, 책임의 균등한 분담과 정직하고, 진지한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아울러 이날 미사에 참석한 스페인 난민 구조단체 관계자들을 성경 속의 '선한 사마리아인'에 비유하며 "그는 자신이 구하고자 하는 사람의 출신이나 여행 목적, 신분증에 관해 묻지 않았다. 단지 그를 돌보고 그의 목숨을 구하기로 했을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교황의 이런 발언은 지중해에서 난민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는 비정부기구(NGO)가 난민 밀입국업자들과 공모해 무자격 난민을 유럽으로 태워 나르는 '택시 서비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들이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거부한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의 인식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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