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최근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 발표에서 이렇게 밝혔다.
합계출산율은 출산 가능한 여성의 나이(15~49세)를 기준으로, 한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자녀의 수를 말한다. 통상 각 국가별 출산력 수준을 비교하는 주요 지표로 이용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 합계 출산율이 자꾸 낮아져 2010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는데, 이는 미국(2.01명), 영국(1.94명)은 물론이고 고령화가 심한 일본(1.37명)보다도 낮다.
인구 유지를 위한 합계출산율 2.1명에 비해서는 딱 절반 수준이다.
1970년대 100만명에 달했던 한 해 출생아 수가 2002년엔 절반 이하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35만7000명까지 떨어졌다. 한 세대 안에 출생아 수가 반토막나 인구절벽에 부닥친 곳은 전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고 한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2년에는 연간 출생아 수가 20만명 대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합계출산율이 낮아지면 노동시장은 활력을 잃고 경제성장의 엔진이 꺼지는 것뿐 아니라 자칫 국가 존립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이같은 초저출산 현상은 청년실업, 주거비, 교육비, 양육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청년실업 한 가지만 해도 풀리기 어려운 문제인데 그와 비슷한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니 쉽게 풀 수 없는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정부는 2006년 이후 저출산 극복을 위해 10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합계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기존의 출산율 지향 정책에서 벗어나 아이와 부모의 삶의 질 개선으로 저출산 대책의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진다. 두고 볼 일이다.
정부도 정부지만 지방자치단체들도 출산율 높이기에 고민이 많다. ‘지방소멸’이란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고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들의 저출산 대책은 ‘출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듯하다.
출산축하금을 증액하고 출산에 따른 각종 비용을 지원하며 출산율 높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출산축하금을 2000만원까지 올린 지자체도 있다.
하지만 저출산의 근본적 문제는 출산이 아니라 ‘양육’이다. 출산율 감소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크게는 아이를 보육하기 어려운 환경과 높은 교육비 탓에 있다.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 및 육아 환경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천문학적인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 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셋째아부터는 대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제공하고, 내집 마련시 우선 혜택을 부여하는 등의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아동수당도 지급해야 한다.
저출산 해결 방안의 하나로 여성의 경제참여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성고용률이 60%를 넘어가면 합계출산율이 1.4∼1.5명으로 올라간다는 선진국 통계도 있다.
과거 베이비붐 시절에는 정관수술을 하면 예비군훈련을 면제해주던 때도 있었다. 당시 가족계획 표어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키우자’였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표어도 있었다.
이후 급격히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출산율이 낮아지기 시작하더니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빠르고 급격하게 저출산화가 진행됐다.
‘두 자녀는 행복, 세 자녀는 희망’이라는 표어도 있다. 과연 둘째, 셋째 자녀를 낳는 것이 ‘행복’과 ‘희망’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남원=김수현기자·ksh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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