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단풍도 어김없이 산을 빨갛게 물들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에도 많은 탐방객들이 다녀 갔다. 하지만 단풍은 졌지만 가을 기분은 아직 남아 있다. 호반에 붉은 내장산을 품었던 내장호 주변에서 떠나가는 가을을 품는다.

  정읍에서 내장산 방향으로 가면 내장산 문화광장이 나온다. 정읍시립박물관에서 내장호 둑까지 거의 1km의 거리에 폭 300m 공간이다. 이곳은 최근 ‘내장산국민여가캠핑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주말이면 캠핑용 데크에 가족 단위의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온다.
  내장호 둑 아래에는 ‘어린이 휴게공원’이 있어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들에게는 최고의 휴식처다. 또 작은 운동장도 있어 가족들이 함께 하기엔 더없이 적당하다.
  월영마을 갈림길에는 ‘오솔길 편의점’이 있다. 여기에서는 캠핑 용품도 팔고 옆에서는 자전거도 대여해 준다. 1시간에 1천원, 2인승은 2천원이다. 또 3인용, 6인용도 있어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둑을 바로 보고 난 자전거 도로를 따라 걷다 둑을 만나면 오른쪽으로 데크로 가는 길이 연결된다. 호수를 끼고 도는 데크 길로 아름답다. 특히 호수에 비친 내장산의 풍경을 오롯이 끌어안는 길이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면 단풍 터널이 된다.
  호수를 왼쪽에 두고 경치를 구경하며 천천히 걷다 보면 성불암을 만날 수 있다. 봄에는 산수유로, 가을에는 불타는 단풍이 어우러지는 사찰이다. 조금 더 걸으면 내장산 조각공원이다. 드넓은 대지에 다양한 조각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하나하나 그 안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또 자생식물원에는 ‘석가원’ ‘솔숲원’ ‘습지원’ ‘감나무원’ 등 테마별로 조성돼 있어 관찰하는데 편리하다.
  바로 옆은 ‘전봉준 공원’이다. 1997년에 세워진 ‘동학혁명 백주년 기념탑’과 동학혁명의 주역인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의 동상이 있다. 동학혁명은 ‘반봉건-반외세’를 내세운 피지배 계층을 중심으로 아래로부터 진행된 민중항쟁으로 군사독재를 타도하기 위한 민주화 운동과 촛불혁명의 뿌리다. 동학혁명 주역 3인의 동상 옆에는 동학혁명의 봉기에서부터 전봉준 체포까지 과정을 부조로 표현하고 있다.
  혁명을 촉발 시킨 ‘만석보 사건’을 시작으로 ‘고부군수 조병갑과의 담판’, ‘결의내용 전차를 위한 사발통문 작성’, ‘동학농민군 전주성 무혈 입성’, ‘일본침략에 항거한 삼례집결 재봉기’, 순창상치 피노리에서 전봉준 장군 피체‘등 6개 장면으로 구성돼 있다.
  ‘동학혁명 백주년 기념탑’의 높이는 혁명이 일어난 해인 1894년을 기리기 위해 1,894㎝로 하였으며 탑의 4각뿔은 동학농민혁명의 이상을 상징한다. 흰 대리석은 민족봉기의 투펄한 정신을 나타내고 탑 상단의 금태는 고부봉기, 백산봉기, 삼례봉기를 의미하며 주탑 주변 4개의 원기둥은 사민주의, 평등사상을 뜻한다. 이 탑은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정읍 출신 전수천 작가의 작품이다.
  전봉준 공원 앞 길을 건너면 또 하나의 조각품이 보인다. ‘샘골의 빛’이라 명명된 이 작품은 내장산, 정읍사, 동학혁명을 의미하는 세 개의 커다란 돌로 구성돼 있다.
  사실 이 내장호 주변에서는 조각 작품뿐 아니라 많은 기념비들을 볼 수 있다. 문화광장에는 송대관을 우리나라 최고 가수로 이끈 불멸의 히트곡 ‘해뜰날’ 기념비가 있다. 또 문화광장 주차장 입구쪽에는 ‘박정만 시비’와 ‘송동균 시비’가 있다. 내장산이라는 깊은 산이 있는 고장이어서 인지 ‘무공수훈국가유공자전공비’ ‘월남참전기념탑-6.25 참전기념탑’ 등도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배호가 부른 ‘잘있거라 내장산아’ 노래비도 있다. 작곡가인 김강섭이 정읍 출신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풍경에 이러 저러한 기념비 등을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잠시 숨을 돌리고 국립공원 내장산 서래탐방지원센터 맞은편 다리를 건너면 ‘내장산단풍생태공원’이다. 공원 주차장 한쪽에는 전기차 충전시설도 있다. 전봉준 공원과 함께 이 코스에서 가장 중요한 공원이다. 내장호 주변에 단풍을 주제로 한 공원으로 테마별 단풍원, 세계단풍원, 단풍터널길, 모과원, 단풍쉼터, 석가원, 전동차길 등을 비롯 단풍체험 전시관, 멸종위기식물원, 조류관찰대 등을 갖추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꼼꼼하게 둘러보기를 권한다.
  이 공원에서 빠트리면 안 될 공간이 있다. ‘내장산 내장호 네이처센터 학습관’이다. 내장산 단풍에 관한 모든 것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시설이다. 2층 전망대에 오르면 내장호와 아름다운 주변을 한 눈에 구경할 수 있다.
  여기에서 이어지는 데크와 흙길을 따라 가면 출발 장소인 문화광장이다. 혹 시간 여유가 있다면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정읍천변을 따라 총 6.2km 거리인 정읍사문화공원까지 다녀와도 좋다. 자전거로 왕복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아니면 정읍사공원에 있는 대여소에 반납해도 된다.
/이병재기자·kanadasa@
▲단풍이 드는 이유
  날씨가 추워지면 나뭇잎과 가지 사이에 떨켜층이 만들어지면서 잎의 양분(당분)이 줄기로 이동하지 못해 엽록소가 파괴 된다. 대신 엽록소 때문에 보이지 않던 카로틴과 크산토필 같은 색소가 드러나 나뭇잎이 노랗게 보이게 되거나 혹은 안토시아닌 이라는 색소가 생성되어 나뭇잎의 색이 붉게 보이게 된다.

▲내장산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
  단풍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인자는 온도와 햇빛, 그리고 수분의 공급이다.
먼저 내장산은 남부 내륙지방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가을 일교차가 크다.
다음으로는 단풍나무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내장산에는 11종의 단풍나무가 분포하고 있다. 설악산은 6종, 지리산과 오대산은 4종이다.
세 번째는 가을 일조시간이 길어서다. 주변에 높은 산이 없는 평야지대이기 때문에 나무가 햇빛을 많이 받는다. 일조간이 길수록 나무는 광합성량이 많아지고 잎 속의 당분도 늘어난다.
마지막으로는 설악산, 오대산, 속리산, 북한산 등 명산 단풍이 지고난 다음 기장 늦게 절정에 이르기에 더욱 아름답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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