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습성 중 가장 나쁘고 고질적인 것이 있다면 바로 ‘내편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흑백논리의 사고방식이다. 그 사고 속에는 나와 내편은 무조건 선이고, 적은 반드시 타도해야 할 악이라는 관념이 고착화 돼 있다.

그 고착화된 이분법적 사고가 인간관계를 해치면서 우리사회 전체를 갈등과 대립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지역은 6.13지방선거 후 극심한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근래 보기 드문 현상으로 계층 간의 대립도 아니고 소지역주의이나 연고주의도 아니다. 끼리끼리 어울림 현상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그 의식은 어느 사이 개인과 집단을 넘어 하나의 사회의식으로 굳어져 지역사회통합과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인구 5만7000여명이 전부인 고창은 한집만 건너면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친밀감과 함께 지근거리에서 그 집안 사정을 훤히 꿰들고 있다. 다른 대도시처럼 출신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출신학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반목하고 있지는 않다. 그저 서로의 입장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무조건 타도대상인 ‘적’으로 간주해버리는 이 현상을 자각하거나 개선하려는 의지나 노력이 없는 지금 우리지역은 분명 병들어 가고 있다.

취재하면서 주민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유례없는 극심한 경제 불황속에서 지역이 발전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주민화합과 사회통합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최근 선거법 관련 유기상 군수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군정에 집중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문제로 인해 아무래도 군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고 마음도 무거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옛말에 깔던 명석도 누가 시키면 도로 말아버린다는 말이 있듯이 우선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순리라 여겨진다.

비판을 가하되 성원과 격려도 함께 보내자는 것이다. 그는 어떻든 간에 군민의 손에 의해 뽑힌 민선 군수고 우선은 그의 어깨에 고창의 미래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고창=신동일기자.s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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